지난해 여름 극장가에서 천만영화에 등극한 화제작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 형사(황정민)가 했던 유명한 대사다.
우리는 속된 말로 '떴다' 하는 연예인들이 TV 등에 출연해 자신의 광고 편수를 앞다퉈 자랑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배우 박혁권이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화장하는 검객 길태미로 대중에 널리 알려진 뒤, 밀려들던 광고를 고사한 사연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박혁권은 지난 2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길태미 캐릭터로 인기를 끌면서) 색조화장, 아웃도어 광고 등이 들어왔다"며 "(아웃도어 광고는) 길태미로 분장하고 있다가 분장 지우고 아웃도어를 입고 나가는 설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광고를 다 거절했다고 들었다'는 MC들의 물음에 그는 "이런 얘기하면 이상하다고 하는데, 배우가 광고를 찍는 게 당연한 건지 잘 모르겠다.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또 다른 광고는 가전제품이었는데, 길태미와 동생 길선미 캐릭터가 동시에 등장해 칼을 휘두르며 '대박세일'을 외치는 것이었다. 그 광고는 회사(소속사)를 생각했을 때 너무 거절하기 미안해 '모델 수익료는 전액 기부하였습니다'라는 자막을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기부할 생각으로 (광고를) 하겠다 했는데, 그쪽에서 '이번 광고가 안 그래도 자막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것까지 들어가면 너무 정신 없을 것 같다'고 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혁권의 발언을 듣던 선배 배우 박철민은 "부끄럽네" "정말 인격자예요"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호응했다.
◇ "연예인들 광고 출연 과시, 성공지상주의 반영하는 또 하나의 세태"
원로배우 오현경(80)은 광고를 찍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13년 이뤄진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상품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신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뷰 당시 '광고를 찍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라는 물음에 대한 오현경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TV에서 한참 인기를 얻을 때였는데 당시 아파트 3채 값을 가져와서 광고를 찍자는 것도 고사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 그쪽에서 80만 원이라는 큰 돈을 가져왔는데 광고 출연 안하기로 마음을 정한지 두 달 밖에 안 됐을 때였죠. 아파트 한 채 값이 45만 원 할 때였으니 대단했지. 안 찍겠다고 핑계 대기도 뭐해서 '돈이 적으니 톱스타와 버금가는 대우를 해 달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100만 원을 가져오더군요. 방송국에서도 따로 판공비로 20만 원을 준다고 하고요. '그래도 150만 원 아니면 안한다'고 말하니 포기하더군요.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는데 아버지가 전세 구할 돈만 주셨죠. 그때 조금 아쉬웠지만 후회는 없었어요. 처음 송백당(오현경이 후배 배우들에게 무료로 연기 노하우를 전수하던 교육장) 문을 닫을 때도 그 돈 생각이 참 많이 나더군요. (웃음) 하지만 그때뿐이었어요. 최근에도 광고가 들어왔는데 안 했죠. 그 신조만큼은 지키고 싶습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22일 "연예인도 일종의 예술인이고 자기만의 예술적인 자아 의식이 있다"며 "결국 근본적으로 작품을 통해 말하는 사람들인데, 자꾸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와 광고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연예인의 목적이 오로지 광고를 많이 찍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대중에게 오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예인들도 다양한 신념이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광고 출연을 강조하게) 되면 연예인의 예술적인 측면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대중은 연예인들의 광고를 보면서 그 사람이 이 제품을 권한다고 믿는 건데, 광고를 많이 찍을수록 좋다라는 사고방식은 결국 본인의 이미지 자체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작품·예술과 상관 없이 돈만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에는 돈만 많이 벌면 그 외 다른 가치들은 문제가 생겨도 인생에 해를 끼칠 것 없다는 식으로,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연예인들의 광고 출연 과시는) 일종의 성공지상주의, 배금주의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세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