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누상 횡사' LG의 가을이 위험하다

'잡았다, 요놈' LG 김용의(오른쪽)가 21일 NC와 홈 경기에서 3회 상대 포수의 견제에 급히 귀루했지만 모창민의 태그에 아웃당하는 모습. 당초 세이브 판정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번복됐다.(잠실=NC)
올 시즌 자못 성공적인 세대 교체와 함께 가을야구라는 성과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LG. 한때 5할 승률에서 -14승까지 떨어졌지만 약 2개월 만에 승패 마진을 +2승으로 바꿔 포스트시즌(PS) 진출이 유력하다.

LG는 21일까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68승66패2무로 승률 5할7리를 찍었다. 5위 KIA와는 1.5경기 차, 6위 SK와는 5경기 차다. 아직 방심할 수는 없지만 남은 8경기에서 반타작만 하면 가을야구가 확정된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진 않다. LG는 21일 NC와 잠실 홈 경기에서 매직넘버를 3으로 줄일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누상에서 어이없는 횡사가 3번이나 나오면서 스스로 힘이 빠졌다. 결국 12회 연장 끝에 헛심만 쓰다 1-1로 비겼다.

특히 이날 KIA가 넥센을 누르면서 LG와 승차를 줄였다. 4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뼈아픈 무승부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 5위는 천양지차다. 4위는 2경기에서 1무승부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나선다.

LG는 이날 3회말 2사 1, 3루에서 3루 주자 김용의가 벼락같은 포수 견제사에 당했다. 4회말 2사 1, 2루에서도 폭투 때 주자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1루 주자가 협살에 걸렸고, 결국 선행 주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홈까지 뛰다 횡사했다. 6회 1사 1, 2루에서는 유강남의 직선타 때 2루 주자 문선재가 귀루하지 못했다.


'히잉, 히요미까지' LG 루이스 히메네스가 21일 NC와 홈 경기에서 4회 상대 폭투 때 어정쩡한 주루 플레이로 협살에 걸려 태그 아웃되는 모습.(잠실=NC)
올해 LG는 주자들의 '사망 사고'가 꽤 많다. 도루 실패(68번)와 주루수(64번), 견제사(11번) 모두 10개 팀 중 두 번째로 많다. 각각 넥센(77번), SK(70번), KIA(12번)이 가장 많았다.

이는 올 시즌 LG의 팀 과제였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의 필연적 산물이다. 양상문 감독은 부족한 장타력을 보충하고, 상대 수비를 압박하기 위해 공격적 러닝을 주문했다.

그 결과 LG는 지난해 5위(114개)였던 도루가 올해는 3위(114개)다. 팀 장타율 9위(4할1푼9리)에도 득점 7위를 달리는 한 가지 이유다.

하지만 실수도 잦은 게 사실이다. LG의 도루 성공률은 62.6%로 8위에 머물러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기도 해야 하는 게 이치라지만 승부처 횡사는 뼈아프다. 효과는 크지만 역효과도 못지 않다.

무엇보다 가을야구에서 주루 플레이 실수는 치명적이다.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와 달리 PS는 단기전이다. 매 경기가 결승같은 상황에서 누상 횡사는 순식간에 선수단의 사기에 찬물을 쏟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형, 같이 조심해요' LG 오지환(왼쪽)은 올해 20홈런과 함께 14도루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팀내 최다인 9번의 도루 실패도 기록 중이다. 손주인은 리그 2위인 10번의 주루사를 당했다.(자료사진=LG)
한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2014년 NC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 1사에서 문선재가 올린 행운의 득점은 사실 본헤드 플레이에 가까웠다.

당시 1루 주자였던 문선재의 단독 2루 도루였다지만 타자의 높이 뜬 내야 뜬공에 귀루하지 않고 3루로 달렸다. 당시 NC 2루수 박민우가 타구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기에 망정이지 십중팔구 더블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 그런 행운은 다시 오기 어렵다.

LG는 젊은 팀이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뤘지만 그만큼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다. 올 시즌 LG의 잦은 누상 횡사는 리빌딩에 따른 필연적 성장통일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그건 정규리그에만 그쳐야 한다. 가을야구에서 실수는 용납되기 어렵다. 아니, 남은 정규리그에서도 더 이상 어이없는 주루 실수가 나오면 안 된다. 이미 잔여 경기는 4위를 위한 PS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LG가 5위에 머문다면 너무 억울할 것이고, PS가 자칫 허무하게 짧게 끝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1일의 실수는 차라리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최근 5연승 상승세로 자칫 긴장이 풀어졌을 선수단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과연 LG가 남은 정규리그와 다가올 PS에서 지난날의 교훈을 되새겨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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