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의 샷에 감탄하다가 전인지의 미소에 심장이 내려앉는다는 골프팬이 많다.
전인지가 유난히 팬이 많은 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소 덕이다. 그렇지 않아도 예쁜 얼굴인데 생글생글 웃으면 더 예쁘다고 다들 난리다.
전인지의 미소는 팬 서비스 이상의 기능을 한다. 알고 보면 샷을 더 날카롭고 정교하게 만드는 무기다.
미소를 통해 실수를 금세 잊어버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 더 긍정적인 심리 상태로 이끌어 더 좋은 샷을 만들어낸다.
미소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선수는 전인지 뿐 아니다.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역시 프리 샷 루틴에 미소를 추가하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확 달라진 경기력이 미소 덕이라는 분석 기사가 줄을 이었다.
미소는 또 선수의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실력이 비슷해도 늘 웃는 선수가 인기가 더 높다. 프로 선수니 인기는 곧 돈이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김하늘(28·하이트진로)은 별명이 '스마일 퀸'이다. 김하늘은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1m 퍼트를 놓치고도 미소를 짓는 선수다.
김하늘은 이런 미소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일본에서 '스마일 캔디'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보미(28)의 미소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다.
신지애(28)도 경기 때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편이다.
실수하고도 슬며시 미소로 마무리하는 건 전인지, 김하늘, 이보미와 비슷하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웃지 않는 선수도 많다.
박성현(23·넵스)은 무표정의 대명사다. 표정만 보고서는 샷의 결과를 알 수가 없다. 좋은 샷을 날리거나 결정적인 퍼트에 성공하고선 캐디와 주먹 악수를 할 때도 표정은 무덤덤한 편이다.
박인비(28·KB금융) 역시 미소에 인색하다. 미소는커녕 돌부처를 연상시킬 만큼 표정 변화가 없다.
'영원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경기할 때 얼굴에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은 고국 스웨덴이 추운 나라라서 붙었다지만 냉정한 표정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소렌스탐과 경쟁했던 카리 웹(호주)과 박세리(39) 역시 웃는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박성현이나 박인비나 박세리 모두 인터뷰장에 들어서면 활짝 웃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여준다.
'미소파'와 '무표정파'를 나눈다면 '무표정파'가 더 많지만, 최근에는 '미소파'가 늘어나는 추세다.
팬들은 아무래도 잘 웃는 선수, 표정이 밝은 선수는 좀 더 선호한다.
더 나아가 잘 웃지 않는 선수나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를 '팬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는 잘못이다.
사실 경기할 때 표정은 선수마다 개성이다. 선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표정을 만들기는 어렵다. 또 경기에 집중해야 할 선수에게 표정 관리까지 바라는 건 지나치다.
원래 잘 웃는 선수라면 경기 중에도 미소가 자연스럽기 마련이다. 잘 웃지 않는 선수라면 경기 중에 억지로 미소를 짓기란 쉽지 않다.
경기할 때 표정은 저마다 선택이 다른 전략이기도 하다.
경기 때 웃으면 긴장이 풀려 정신 상태가 느슨해질까 봐 걱정하는 선수도 있다. 이런 선수는 웃을 일이 있어도 애써 웃음을 참는다.
전인지나 쭈타누깐처럼 미소가 경기력을 북돋는다고 여기는 선수도 있지만, 미소가 경기력을 저하한다고 믿는 선수도 적지 않다.
경기 때 미소 짓는 남자 골프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PGA 투어 정상급 선수는 대개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치른다. 미소는 기대하기 어렵고 화내는 모습은 자주 보여준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경기 때 경쟁 선수를 거의 잡아먹을 듯한 표정이다. 실수라도 하면 클럽으로 땅을 내리치는 광경은 예사다.
'필드의 신사'로 통하는 필 미컬슨(미국)이나 매너 좋은 어니 엘스(남아공)도 경기 땐 진지한 표정이다.
남자 선수가 굳은 얼굴로 경기한다고 비난받는 일은 없다. 다만 화를 너무 지나치게 내면 구설에 오를 뿐이다.
미소 짓는 여자 선수를 칭찬하는 것까지는 몰라도 여자 선수가 경기 때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한다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