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롯데 수사의 중요한 한 축이자 권력형 비리의 전형으로 꼽혔던 ‘제2롯데월드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결국 메스를 대지 못했다. 의지가 부족했을 뿐아니라 수사 시작이 너무 늦어 증거 확보에 실패한게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스스로 수사의지 부족 드러낸 檢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롯데그룹 간의 유착의혹이 제기되면서 현 박근혜 정권 초반부터 줄곧 검찰 수사대상으로 지목돼왔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롯데본사와 계열사 7곳 등 17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유독 롯데물산만 제외됐다.
롯데물산이 제2롯데월드 사업을 시행한 핵심 회사라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와는 상관없는 롯데케미칼의 200억 원대 세무소송 사기 혐의로 기준(71) 전 롯데물산 사장을 지난 7월 23일 구속했을 뿐이다.
한때 검찰이 제2롯데월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후에도 검찰은 "수사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검찰은 지난 7월에도 이 전 대통령의 대학동창이자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의 핵심으로 꼽히는 장경작(73) 전 롯데호텔 총괄사장을 출국금지하는 등 수사 시동을 거는 듯 했으나 별다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해 단서를 건져야하는데 그런 적극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수사초반에는) 검찰이 제2롯데월드 의혹에 대해 밝힐 것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돌았었는데 지금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근본적으로 검찰의 제2롯데월드 수사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정권 초반부터 롯데에게 증거인멸이나 비위 행위를 숨길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 특혜 논란은 지난 2009년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국방부가 인근 공군기지의 활주로를 3도 비틀기로 하고, 제2롯데월드의 건축 허가도 이뤄지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관계자들이 정권과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 관련 의혹은 묻히는 듯 하다 지난해 7월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국민적 지탄을 계기로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처럼 롯데그룹과 제2롯데월드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검찰의 수사는 올 6월에나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보다 두 달 전인 4월부터 "검찰이 롯데를 조만간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롯데 그룹 수사는 사실상 청와대의 '하명'으로 수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많다. 범죄에 대한 단죄보다는 정치적 고려로 수사가 시작되다보니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결국 검찰이 롯데에게 증거인멸 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전부터 롯데그룹이 이미 수사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건물 지을 당시도 정경유착이 엄청나게 이루어졌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말했다.
검찰 역사에 유례 없는 대규모 수사가 이뤄졌지만 오히려 '제2롯데월드 의혹'은 비켜가면서 미궁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