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의혹'에 강경 대응했던 靑, '최순실 의혹'은 침묵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가 미르재단 등 설립 및 청와대 참모진 기용에 개입했다는 '최순실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대응을 삼가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청와대 문건 유출 논란 당사자(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에게 의혹 제기 자격이나 있느냐", "최순실씨가 문제면 최씨를 수사할 일", "인사전횡은 김기춘 실장 탓이라더니 이제는 최씨냐" 등 불만이 들끓는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란에 발 들일 이유가 없다"(청와대 관계자)며 무시 전략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재단법인 미르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자료사진)
청와대의 이같은 기조는 2014년 11월에 불거진 유사 사건 때와 현격히 대조된다. 당시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윤회씨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과 결탁해 '비선 실세' 노릇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정윤회씨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은 언론 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정윤회 의혹으로 보도된 내용은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한 것이고 사실이 아니다. (언론사 대상) 고소장 제출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했다.

박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보도 나흘 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에는 수많은 루머와 각종 민원이 들어온다. 그런 사항들을 기초적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유출시킨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진다"면서 "이번 문건 유출도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무시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박 대통령 역시 향후 회의석상 등에서 관련 언급을 삼가면서 정면 대응을 피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점잖은 청와대'와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일삼는 야당'의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윤회 씨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편으로는 이번 의혹에는 "'반격의 빌미'가 없는 탓에 청와대가 무대응 전략밖에 취할 게 없다"(야당 관계자)는 지적도 있다. 정윤회 의혹 때는 찌라시든 아니든 청와대 내부 문건이 언론사로 유출됐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형사 고소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아니라는 얘기다.

여권에서는 "정권 말기가 되니까 야권이 도저히 말도 안되는 의혹으로 정치공세를 편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철권통치 기간 숨겨져 있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느 쪽 입장을 따르든 최순실 의혹의 등장에는 청와대의 '임기말 권력 이완'이 작용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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