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사느라고 애쓴다 그냥 쉬어라"

12번째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낸 김용택 시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용택 (시인)

가을이라 마음도 몸도 스산한 분들이 많으시죠.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시집을 한 권 끼워드릴까 합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이 3년 만에 신간을 발표했는데요. 시집 제목이 '울고 들어온 너에게' 그냥 제목만 들어도 위로받는 기분이죠.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를 발표한 김용택 시인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겠습니다. 김용택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용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섬진강에도 가을이 왔죠?

◆ 김용택> 굉장하죠. 지금 섬진강 강가의 강변의 가을은 다른 도시 가을하고 전혀 다르죠.

◇ 김현정> 어떻길래 전혀 다릅니까?

◆ 김용택> 시골 마을은 가을이 되면 가로등들을 다 꺼버려요. 곡식이 불빛을 받으면 잘 안 자라거든요.

◇ 김현정> 밤이 돼도 꺼버려요, 가로등을?

◆ 김용택> 밤이 되면 가로등을 꺼버려요. 곡식이 불빛을 받으면 웃자라고 씨가 열매가 안 맺어요. 불을 다 꺼버린 그 작은 마을, 강변마을에 달빛이요. 정말... 우리가 교교하다고 그러잖아요?

◇ 김현정> 교교하다.

◆ 김용택> 네. 대단합니다. 가을 달빛이 대단했고 강변 언덕에 논과 밭이 있는데 논이 새파랗게 물들어가고 감은 얼굴을 노랗게 드러냈고요. 산에 가면 알밤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 김현정> 쓸쓸하고 스산한 것 같으면서도 황홀하고 찬란한 느낌이네요? (웃음)

◆ 김용택> 찬란하죠. 가을 아침 햇살과 저녁 햇살은 눈이 부시고 거의 발광을 하죠, 빛들이.

섬진강 풍광
◇ 김현정> 그 아름다운 계절에 맞춰서 딱 맞춰서 새 시집을 내셨어요?

◆ 김용택> 내다 보니까. (웃음)

◇ 김현정> 저는 제목만 듣고도 좀 울컥했어요. '울고 들어온 너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 김용택> 시집을 묶고 나서 제목을 찾다 보니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데 모든 사람들이 다 저녁이면 집으로 울고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힘들어서. 그래서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 찾아들어갈 수 있는 따뜻한 방.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울고 들어온 너에게.'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내게 됐죠.

◇ 김현정>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울고 들어온 너에게', 이거 직접 낭송을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 김용택> 글쎄, 제가 시를 낭송을 잘 못하는데 하여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시작하시면 저희가 음악 쫙 깔아드리겠습니다.

◆ 김용택>

'울고 들어온 너에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 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 김현정> 와, 좋네요.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을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 김용택> 네. 되작거린다고. (웃음) 우리가 되작거린다고 하죠.

◇ 김현정> 듣다 보니까 섬진강 앞에 시골집에 앉아 있는 그런 기분이 들면서 따뜻해지네요.

◆ 김용택> 그렇죠. 구들, 옛날에는 구들이었잖아요. 방바닥이 따뜻하면 아랫목에 앉아서 두 손을 엉덩이 밑으로 넣고 되작거리다 보면 손이 따뜻해지죠. 마음도 따뜻해지고 손도 따뜻해지고 그러면 아이들이 집으로 놀고 들어오고, 울고 들어면, 애들이. 그러면 따뜻하게 얼굴을 감싸는 어머니, 아버지, 형, 할머니 이런 생각이 들죠.

◇ 김현정>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위에 공기는 너무 차가운데 바닥은 따끈따끈했었어요. (웃음)

◆ 김용택> 그렇죠. 시골방이죠.

김용택 시인 신간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현정> 맞아요. '울고 들어온 너에게' 아름답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은 맨처음에 시하고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이 기억나세요?

◆ 김용택> 저는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시골이어서 교과서 외에 책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22살 때 선생님이 됐는데 어느 날 학교로 월부 책장사가 책을 가지고 왔는데 그때 처음 소설책을 읽게 됐죠.

◇ 김현정> 보통 시인, 소설가 이런 분들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책에 푹 빠져서 살고 이런 분들이 보통이신데 전혀 아니시네요?

◆ 김용택> 저는 시골이라서 책이 없었죠. 그러다가 책을 월부 책을 사서 읽다 보니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생각이 복잡해져서 그 생각들을 쓰다가 보니까 어느 날 제가 시를 쓰고 있었죠.

◇ 김현정> 그렇게, 그렇게 시를 쓰게 되셨군요.

◆ 김용택>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깜짝 놀라셨어요. (웃음) 아니, 최근에 시, 시집. 시만 전문으로 파는 책방도 생기고요. 시 열풍이라고 해요?

◆ 김용택> 시를 좋아하는 경향이 좀 나타났죠.

◇ 김현정> 어떤 게 매력이라고 생각하세요.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르게?

◆ 김용택> 시를 읽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보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예요. 예를 들어서 시인들이 밤하늘 비유를 해놓고, 보게 하잖아요. 달을 보게 하잖아요. 풀꽃이 피어 있다고 말하고, 강물이 흘러간다고 말을 하죠. 그래서 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을 갖게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죠.

◇ 김현정> 말하자면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 들었다 놨다 하던 그 기억을 잊고 살았는데 그냥 도시 속에서 쳇바퀴 돌 듯. 시 읽으면서 예전 그 기억, 예전에 그 방,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하게 하는 그 힘이네요?

◆ 김용택> 그렇죠. 그리고 밤하늘에 달이 떠 있다라는 걸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데 시인들이 달이 떠 있다고 말하고 꽃이 펴 있다고 말하죠.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그렇네요. 그런데 가끔은 시 읽으면서 '아, 좋다!' 인생의 한 줄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반면에 무슨 소리인지 영 모르겠는 시들도 있어요. 어떻게 읽어야 잘 읽는 겁니까, 시는?

◆ 김용택> 시는 읽고 이해하면 되지 시를 읽었는데 모르겠다는 시까지 읽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웃음)

◇ 김현정> 우문현답이네요. (웃음)


◆ 김용택> 잘 모르는데 시를 읽을 필요가 뭐 있겠어요?

◇ 김현정> 어려운 시, 이해 안 가는 시는 그냥 패스?

◆ 김용택> 안 읽으면 되죠.

◇ 김현정> 그거는 시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이라든지 다 적용되는 이야기죠?

◆ 김용택> 그렇죠. 시가 어려워졌고 소설이 어려워졌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보다 복잡해졌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기 때문에 내가 안 가본 세상이 있기 때문에 시인들이 그 세상을 우리들에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 한다 이런 거지 전혀 모르는 글을 쓰는 건 아니에요.

◇ 김현정> 그래요. 책을 멀리, 전체를 다 멀리하지 마시고 어려운 건 그냥 넘어가거나 좀 더 생각해도 안 되면?

◆ 김용택>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거죠. 이게 왜 어려운가, 다시 한 번 읽다가 보면 그 어려운 세상이 보이죠. 다른 세상이, 우리가 눈에 띄지 않는 세상, 우리 마음에 가깝지 않은 세상이 따로 있는 거죠, 세상에.

◇ 김현정> 그렇군요. 시와 문학 참 가을에 어울리는 이야기 나눴는데 이 부탁 한번 드려볼게요. 우리 김용택 시인께서 꼽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 이런 추천 시. 본인 시도 좋고 아닌 시도 좋고 한 편 낭송해 주시겠어요?

◆ 김용택> 저는 다른 사람 좋은 가을 시들이 굉장히 많은데 우선 제 손에 잡힌 제 시 한편 읽어드릴까요?

◇ 김현정> 그러시죠. 어떤 시입니까?

◆ 김용택> '쉬는 날'이라는 짧은 시인데요.

◇ 김현정> '쉬는 날' 이건 또 어떤 시일지 궁금해지네요. 가을에 어울리는 김용택 시인의 시 '쉬는 날' 들으면서,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김용택> 네, 감사합니다.

'쉬는 날'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 김현정>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로 돌아온 김용택 시인,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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