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1. 피해 문화재 보수에 '돈' 논란 2. 지진 트라우마에 주민들 '생활이 바뀐다' 3. 흔들리는 동해안 원전벨트…정말 안전한가? 4. 지역 관광 경제 산업도 '와르르' |
지난 19일 규모 4.5의 강력한 여진이 또 다시 훑고 지나간 경주시 동천동의 한 주택가.
지나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마저 흐르는 이곳에 25t 크레인 1대와 사다리차 2대가 분주히 작업을 하고 있다.
사다리차를 이용해 20m 높이의 굴뚝에 올라간 인부 2명은 빠른 손놀림으로 벽돌을 걷어냈고, 아래에서는 수거한 벽돌을 트럭에 실었다.
규모 4.5의 여진 충격으로 굴뚝 윗부분의 틈이 벌어져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경주시 동천동의 한 목욕탕 모습이다.
지난 밤 지축을 뒤흔든 강력한 지진을 또 다시 경험한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동천동 주민 권경숙(48·여)씨는 "지난주 강진 당시 겪었던 공포와 충격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시 강력한 여진을 느끼는 순간,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무서웠다"며 "지금도 지진으로 땅이 울렁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고 떨린다. 지진의 트라우마가 한동안 나를 괴롭힐 것 같다"고 흐느꼈다.
성건동에 사는 조원세(27)씨는 "집에서 쉬고 있는 도중에 소파가 크게 흔들리자 지진임을 직감하고 가족과 함께 급하게 밖으로 대피했다"면서 "지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람이 부는 소리마저 불안하다. 만약의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 가족을 챙겨 빨리 대피하기 위해 어제 밤에는 비상가방까지 챙겨놨다"고 말했다.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지진의 충격과 공포는 주민들의 생활마저 크게 바꿔놓고 있다.
저녁시간 도심지와 유흥가 등은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차량 통행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낮 찾은 경주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중앙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경주 중앙시장 상인 이광우(65)씨는 "지진 이후 시장을 찾는 손님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외지인이나 외국관광객은 보기 힘들다"면서 "우리도 지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예전보다 빨리 가게 문을 닫고 집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지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나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동국대 경주병원 관계자는 "지진 이후 심한 불안감을 느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겠다'며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이 하루 한명 꼴로 찾고 있다"면서 "주변에서도 병원을 찾지는 않지만 지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두통과 어지러움을 느껴 많이 힘들어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 복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공무원들은 방수포와 이를 묶을 끈만 주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진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황남동 주민 선후필(64.여)씨는 "지진으로 지붕 기왓장이 부서지고 떨어졌지만 일주일째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내고 있다. 도대체 정부와 지자체는 뭘하는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지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천년 고도 경주 시민들의 삶과 심신이 갈수록 고단해지면서 이들의 한숨이 희망의 찬가로 바뀔수 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