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그만큼 농업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이들 유럽 국가가 농업 분야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함께하는 농업에서 경쟁하는 농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 농업의 변화가 FTA(자유무역협정) 상대국인 우리나라의 농축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기 위해 유럽농업의 현장을 둘러봤다.[편집자 주]
◇ 영국, 작지만 농업 강국....협동조합 중심으로 돼지, 양 등 축산업 강세
영국도 비록 면적은 한반도 보다 1.1배 큰 섬나라지만 스페인처럼 농업 강국이었다. 수도 런던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 양쪽에는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수많은 소와 양, 말이 초원에 방목돼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영국은 기후적으로 채소와 과일 등 일반 농산물이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이다 보니, 오래 전부터 축산업이 발달했다. 영국이 양털을 바탕으로 섬유산업이 세계 최고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곡물은 100% 자급자족하지만 채소와 과일 등 일반 농산물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축산물을 유럽 국가에 수출하고 거의 모든 신선 농산물은 수입하는 구조다.
영국은 연간 100억 파운드(약 15조원)의 축산물과 유제품을 유럽과 남미 국가 등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수출 물량이 2배나 증가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본토에서 수입하는 야채와 과일 등 신선 농산물은 34억 파운드에 불과했다. 농업 무역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국 농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스페인처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협동조합이 자리하고 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의 농협과 비슷한 국가농식품연합회(NFU)가 구성돼 있다.
현재 영국 전체 농업 인구 45만명 가운데 10%가 넘는 4만7천여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 빅넬 NFU 책임자는 “영국의 협동조합 회원이 지방의회 의장을 맡는 등 대표성이 강하다”며 “조합이 농민의 이익과 권리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필요하다면 정부와 유통업계를 상대로 협의를 통해 농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며 “이번 브렉시트 결정과 관련해서도 조합이 중심이 돼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 “브렉시트, EU 통제 벗어나 농업 경쟁력 기대”....근본적 한계 탈피가 관건
그런데 영국도 스페인처럼 속을 들여다보면 아픈 구석이 많다. 경작할 농경지는 많지만 농사지을 일손이 절대 부족하다는 게 가장 골칫거리다. 전체 인구 6천400만 명 가운데 농업인구가 45만 명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부족한 농촌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해왔다. 연간 3만 명 이상이 유럽본토나 북아프리카 지역 등지에서 유입됐다.
하지만, 영국 스스로 결정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 국가와의 자유로운 인적 교류가 어려워질 경우 농촌인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이탈로 부족한 농업 인력은 계절별 일시농업노동자와 학생농업인을 늘려 충원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워킹비자가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또한, 지금까지 유럽연합 우산 아래에서 농업 무역을 통해 실속을 챙겼지만, 앞으로는 이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축산업은 높은 인건비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동안 EU의 분배 정책으로 유럽 본토에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국가들로부터 지난해 17만8천톤의 돼지고기를 수입했지만, 영국산은 227톤 0.13%에 불과했다.
빅넬 책임자는 "영국 농업이 프랑스, 독일, 스페인처럼 가격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질을 높여 승부할 것"이라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용역과 R&D 투자를 통해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