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도 농업 기피…브렉시트로 미래 불안

[유럽은 농업전쟁] ① 경작지 면적 韓의 15배…유럽 3위 농업강국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GDP의 40%가 일반 제조업이고, 나머지는 관광수입과 농업이 각각 30%를 점유한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그만큼 농업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이들 유럽 국가가 농업 분야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함께하는 농업에서 경쟁하는 농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 농업의 변화가 FTA(자유무역협정) 상대국인 우리나라의 농축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기 위해 유럽농업의 현장을 둘러봤다.[편집자 주]

11월 수확을 앞둔 스페인 올리브 농장

◇ 스페인, 유럽 3대 농업 강국....경작지 면적, 우리나라의 15배

지난 9월 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30분을 달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차장 밖에는 지난 5월 수확이 끝난 밀밭과 오는 11월 수확을 앞 둔 올리브나무가 끝없이 펼쳐졌다. 스페인의 농작물 재배 면적이 우리나라 보다 15배 많은 2천5백만ha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이처럼 스페인의 경지면적은 넓지만 전체 농업 인구는 95만 명으로 오히려 우리나라의 절반 밖에 안 된다. 이는 스페인의 농업이 규모화, 전문화 돼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의 농업은 프랑스와 독일에 이어 유럽 3위 규모를 자랑한다. 올리브 생산량은 세계 1위이고 밀과 포도, 축산업도 강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모두 4만4천500톤으로 지난 2011년에 비해 무려 3.8배나 급증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스페인이 농업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전국 17개 지방자치주별로 촘촘하게 구축된 마을 단위 협동조합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페인 농업협동조합은 2008년 4022개에서 2015년 3838개로 4.6% 줄었지만, 매출액은 같은 기간 201억 유로(약25조원)에서 262억 유로(약32조5천억원) 30.3% 늘었다.

이들 조합은 농산물 재배 이외에도 농촌체험과 빵집 운영, 심지어 세차장 등 서비스업을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농협중앙회 성격의 스페인 전국 협동조합 연합법인(ACS)의 아고스틴 에레로 이사가 스페인 농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 전국 협동조합 연합법인(ACS)의 아고스틴 에레로 이사는 "까르푸, 메르까도나 등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소규모 협동조합과 중간 규모의 협동조합을 규합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스페인, 브렉시트 대비 못해”....농촌 인구 고령화 등 현안 산적

하지만 농업 강국 스페인도 속으로 아픈 상처가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40대 청장년층이 농업을 기피하면서 농촌의 인구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농업 인구 95만 명 가운데 45세 미만 인구는 겨우 14%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스페인도 도시지역 청장년들이 농업에 참여하도록 각종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3년 동안 한화로 1억 원까지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의 경우 45세 미만 농업인구가 800명 정도 증가했다.

에레로 이사는 "농촌 고령화에 대응해 영농후계자를 육성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 개발은 ACS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스페인 농촌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체 협동조합의 58%가 연간 생산량이 200만 유로(약 25억원) 이하로 영세한 반면, 2000만 유로(250억원) 이상 부자 조합은 12%에 불과하다.

여기에, 스페인 농업은 대외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아 대외 경제 환경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연간 소비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축산물을 수출하고 있는데 우선 당장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수출 구도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에레로 이사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할 지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스페인은 이에 대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영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품목을 (스페인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브렉시트 여부에 관계없이 영국은 스페인 농산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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