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경주 한옥마을 '너덜너덜'…"복구에 최소 반년 걸릴 것"

황남동 670채 피해…"고비용에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해"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한 한식당 지붕 위에는 기와장인 10여 명이 바삐 기와를 걷어내고 있었다.

8m 높이 지붕에서 기왓장을 한 장씩 뜯어내는 번와장들 모습은 아슬아슬해 보였다. 지붕 교체에는 크레인까지 동원했다.

일반적으로 3.3㎡에 기와 300장이 들어간다. 423㎡인 이 한식당 지붕에서 걷어내야 하는 기와는 모두 3만5천 장.

비용 1억4천800만 원은 고스란히 식당 주인 몫이다.

지붕 교체에는 최소 3주가 꼬박 걸릴 예정이다.

식당 사장 이풍녀(71·여) 씨는 "응급 보수를 해도 빗물에 금방 젖는다"며 "너덜너덜해진 지붕을 가만히 둘 수 없어 사비를 털어 직접 보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인 황남동 한옥 3천317채 가운데 최소 670채가 '9·12 지진'과 지난 19일 여진에 기와가 탈락하고 벽체에 금이 갔다.


황남동은 경주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른 신라 역사문화미관지구로 기와가 아닌 자재로 지붕을 바꿀 수도 없다.

문화재기능인협회에 등록한 번와·와공 기능인은 614명.

지진이 발생한 뒤 전국 기능인은 경주에 도착해 주요 문화재 지붕부터 우선 손보는 중이다.

부족한 손길에 황남동 한옥마을 같은 일반 가옥은 응급조치한 파란 비닐에 겨우 의지해 비바람을 막아내고 있다.

이들이 받는 일당은 약 15만∼35만 원. 자원봉사를 자처한 기와 기능인도 상당수지만 많은 한옥 가정은 고비용에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작업자는 "일손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다"며 "일반 건축공사 작업자들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와 작업자들은 황남동 한옥 지붕을 수리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천성길(61) 도편수는 "지진에 파손한 기와를 걷어내고 새 기와로 이우고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 부분 보수만 해도 될 것 같은 지붕도 뜯어내고 보면 완파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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