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내용을 보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샥스핀(상어 지느러미)과 송로버섯이 포함된 '황제 오찬'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친박'을 자처하는 이정현 후보가 새누리당의 대표로 선출되니 대통령도 정말 기뻤나봅니다. 이름도 낯선 송로버섯까지 식사에 나왔으니까요.(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가격은 대체 얼마일까요? 청와대에 출장 요리를 공급하는 호텔에 문의해보니 샥스핀은 1인당 15~34만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요식업계에서 송로버섯은 '트러플'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쓰이는데 겨울에 수확된 프랑스산 블랙 트러플은 1㎏에 250~300만원, 여름철에 나는 이태리산 화이트 트러플은 1㎏에 60만원쯤 한다고 합니다.
특히 샥스핀은 멸종 위기종인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을 버리는 잔인한 어업방식 때문에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라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누진제 탓에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고 더위를 이겨내던 국민들은 이런 소식이 반가울리 없었을 겁니다.
또 오찬 비용이 박 대통령이나 이정현 대표의 지갑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적겠죠. 그러니까 청와대 예산, 즉 혈세로 이런 식사가 준비됐으니 그 분노는 배가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오찬 비용은 청와대 예산 항목에서 정확히 찾을 수 없습니다. 2016년 예산에서 147억 9200만원이 배정된 특수활동비 항목으로 처리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입니다.
특수활동비는 다른 예산 항목과 달리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군부대 금일봉이나 직원 전별금, 명절선물비, 비밀조사활동비 등에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루에 4000만원 조금 넘게 쓸 수 있는 금액이죠.
이 '황제 오찬' 비용을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최근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월별 청와대 식자재비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청와대 초청인사 식사에 집행된 예산 총액, 그리고 식사 담당 호텔명·식단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왜 안된다고 했을까요?
호텔명과 식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법인(호텔)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건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식자재 구입비용과 식사비용 총액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는 이유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가 정보 공개를 거부했지만 청와대 오찬 행사에 사용된 비용을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청와대가 지난 7월 공개한 2016년 상반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내·외빈 주요인사 초청행사비 등' 항목에서입니다.
각계원로, 각종 단체대표, 방한 주요외빈 등 국·내외 주요인사 초청행사에 사용한 예산인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모두 3억 6254만원을 사용했습니다.
같은 기간 관련 행사가 모두 33차례 열렸으니, 한 번에 1100만원 정도 사용한 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