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부여군과 함께 실시한 부여 능산리 고분군 서쪽지역 발굴조사에서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고분 4기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3개의 고분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기존 4기의 고분 중 일제강점기에 이미 발굴된 적이 있던 고분 1기에 대한 재발굴조사와 또다른 고분 1기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이들 두 고분이 왕릉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사적 제14호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에 3차례에 걸쳐 조사가 이뤄지면서 총 15기의 고분이 확인됐고, 이후 1960년대에 봉분을 정비하다가 고분 2기가 추가로 확인돼 현재까지는 총 17기의 고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고분 3기의 존재가 추가로 확인되고, 여기에 발굴조사된 고분 2기는 왕릉급이라는 사실까지 확인됐다. 추후 조사가 마무리되면 백제 왕릉의 축조기법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앞서 능산리 고분군은 지난해 7월 백제 왕릉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다른 백제 유적들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 확인되는 '호석'(무덤의 외부를 보호하기 위해 무덤 아랫부분을 둘러막은 돌)이 고분 2기 모두 봉분 바깥으로 둘러져 있었고, '연도'(고분의 입구에서 유골을 안치한 방까지 이르는 길) 문밖에서는 옻칠과 함께 금으로 도금된 목관 조각과 금동 못 등의 유물이 발견됐다.
목관의 소재도 수종 분석 결과, 고급나무인 금송으로 확인됐다. 금송으로 목관을 짠 사례는 공주 무령왕릉 등 왕릉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어 이번에 조사된 고분 2기도 모두 백제 시대 왕릉급 고분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무엇보다 발굴 당시 봉분의 모양, 호석, 묘광(무덤 칸이나 곽 또는 관을 넣기 위해 판 구덩이)과 석실 등 조성 당시의 원형이 전체적으로 잘 남아있어 이번에 발굴한 고분 2기는 백제 왕릉급 고분의 규모와 축조기법, 조성기법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학술 가치도 매우 높은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부여군은 이번 고분 발굴 성과를 토대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한층 드높일 수 있도록 능산리 고분군에 대한 조사·연구를 지속해나가는 한편, 조사 결과를 기본 지침으로 해 고분군 정비·복원과 관리 방안을 수립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