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2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0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전 9시 15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신 회장은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는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횡령, 배임 혐의를 인정하는지',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만 반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중국 홈쇼핑 업체 등 해외 인수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거나, 알짜 자산을 계열사끼리 거래하게 해 일부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 롯데가 2013년 8월 롯데제주·부여리조트를 저가 인수할 수 있도록 수년간 실적을 낮춰온 정황도 파악한 상태다. 검찰은 이 과정에 신 회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신 회장은 실제로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매년 100억원 가량의 부당급여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을 상대로 부당급여를 받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포착한 롯데건설의 570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에 대해서도 신 회장이 지시했는지, 용처 등을 캐묻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정책본부 수장으로서 그룹 전반 경영 과정에 깊숙히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의 전체 횡령, 배임 혐의 액수가 총 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한 차례만 진행할 예정이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신 회장에 대한 조사를 기점으로, 재벌 오너가(家)의 비리를 캐기 위해 쉴 새 없이 달려 온 롯데수사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예정이다.
다만 미래창조과학부의 롯데홈쇼핑 채널 재승인 과정에 대한 수사는 당분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을 전날 오후 비공개로 재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그는 심사 당시 일부 허위사실을 기재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은 혐의, 9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미래부 공무원 등을 상대로 로비하고 자동출납기(ATM) 제조업체인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에 8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신 회장이 로비 과정에 개입하고 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57)씨가 지속적인 조사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만큼, 조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씨가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사전 설명 없이 무단으로 재판에 두 차례 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 받게 된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받고 수천억원대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