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피해 문화재 보수에 '돈' 논란 ② 지진 트라우마에 주민들 '생활이 바뀐다' ③ 흔들리는 동해안 원전벨트…정말 안전한가? ④ 지역 관광 경제 산업도 '와르르' |
강진이 발생한 경주시 내남면에서 10㎞가량 떨어진 국보 제31호 첨성대 주변은 지난 19일 비가 흩뿌리는데다 지진 이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관광객과 시민들로 첨성대를 비롯한 동부사적지가 가득 찼던 1주일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회색빛 돌로 쌓아 올린 첨성대 하단부에는 투명한 비닐이 둘러쳐져 있고, 주변 바닥에는 파란색 방수포가 덮여 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첨성대가 20㎜나 기울자 문화재청 등이 지반 약화를 막기 위해 임시 조치를 취해 놓은 고육책이다.
경주에는 제16호 태풍 '말라카스(MALAKAS)'의 영향으로 지난 17일 140㎜의 폭우가 내리는 등 16일부터 19일까지 155.8㎜의 많은 비가 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첨성대는 이번 지진으로 중심축은 224㎜, 각도는 1.2도가량 기울어져 있는 상황. 특히 상부 정자석 남동쪽 모서리는 5㎝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전히 추가 피해 우려가 제기되지만 당국은 방수포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첨성대를 비롯한 모든 문화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로 조사가 끝나면 문화재청 등과 협의해 본격적인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일한 대응에 첨성대를 비롯한 문화재가 더 큰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라문화원 문화재돌봄사업단 정해용 실장은 "이번 지진에 문화재 주변의 담벼락이나 벽체 등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지진으로 생긴 균열에 비가 새어 들어갈 경우 금이 커지거나 담벼락의 흙이 흘러내리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문화재 보수도 골든타임이 있는 만큼 시급히 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틈을 타 일부 업자들이 필요하지 않은 '과잉보수'까지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피해가 확인된 문화재 보수를 위해 23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로, 당정은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문화재와 관련한 재난에는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일부 업자들이 재난지역 선포 등으로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것을 노려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문화재까지 수리해 예산을 빼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기울임 피해가 발생한 첨성대를 해체해 보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황평우 소장은 "최근 일거리가 많이 줄어든 문화재 보수업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재난지역을 선포하면 문화재 수리를 핑계로 첨성대도 해체해 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단언하지만 첨성대는 지금 정도의 상황에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화재 보수 예산이 일부 업자들의 손에서 놀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문화재를 해체 보수한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만약 첨성대를 해체 보수한다면 첨성대는 생명을 다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진피해에 따른 문화재 보수 성공 여부는 관련 전문가들의 충분하면서도 신중한 논의와 신속한 후속 조치가 관건으로 천년고도의 혼 한 점까지도 제대로 복원돼야 한다는데 의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