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귀국' 천명한 반기문의 대권 딜레마

대세론 띄우기엔 약한 바람, '친박 후보' 각인되면 확장성 한계

반기문 UN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이전'을 귀국시점으로 못 박으면서 여권의 초점도 현실적인 집권 가능성으로 심화되고 있다.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반 총장이 지난 5월 김종필 전 총리 예방 당시 비공개로 "내년 1월에 찾아뵙겠다"고 했던 것에 비해 시기가 특정됐고, 최근 주변 조직이 정비 중인 것으로 전해져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막상 본선 경쟁력에선 관측이 엇갈린다. 역대 대선 국면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신인들에 비해 바람의 세기가 약한 측면이 있고, 친박계 후보로 각인되면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딜레마다.

◇ "潘, 새누리당 후보는 떼놓은 당상…문제는 확장성"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의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미국에서 반 총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정진석 원내대표의 보고가 화제였다.

정 원내대표는 "대선의 '대'자도 없었다"고 했지만, 북중관계에 대한 우려 등 수첩에 적어온 반 총장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며 뼈 있는 말도 했다.

반 총장을 대권 주자로 영입하는 문제에선 계파 간 온도 차가 느껴졌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이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며 반긴 반면,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은 "너무 추켜세우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부분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며 경계했다.

하지만 당내 기류는 어떻게든 반 총장이 출마 의지만 있으면 후보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년 이상 여권 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난 8‧9전당대회에서 확인됐듯이 친박이 장악한 원내 의석과 당내 조직을 감안하면 대선 후보 선출 룰 자체가 반 총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박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이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껄끄러운 지점이다. 친박계를 등에 업고 후보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에 반대하는 중도·무당파로의 확장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떼놓은 당상"이라면서도 "문제는 본선"이라고 지적했다.

◇ 고건·안철수 '신드롬' 비해 약한 '반기문 효과'

고건 전 총리(왼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던 1년 전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점도 기대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여권 내부의 비교 지점은 고건 전 총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사례다. 반 총장과 이들은 정치권 외부에서 영향력을 키워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경력을 공유한다.

고 전 총리의 경우 총리 퇴임 이후인 2004년 후반 20%대의 지지율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뒤 2006년 초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여권 주자 1위 자리를 빼앗길 때까지 1년 이상 '고건 신드롬'을 이어 갔다.

바람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 8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동아일보)에선 35%의 지지율을 기록해 당시 2위였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15.1%)를 2배 이상 앞섰다.

안 전 대표도 한때 30% 이상의 고공행진을 장기간 펼쳤다는 점에서 현재 반 총장의 인기몰이보다 강한 바람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경우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혜성 같이 등장해 지지도 조사(CBS노컷뉴스)에서 37.4%를 기록,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됐던 나경원(현 새누리당) 의원(14.2%)을 2배 이상 따돌렸다.

이후 '안철수 신드롬'은 1년 이상 지속돼 18대 대선 직전이었던 2012년엔 박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과 3강을 형성했다.

반면 반 총장은 지난 18일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국민일보)에서 25.9%의 지지율을 기록해 문 전 대표(18.2%)를 앞섰다. 그러나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20%대 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한 뒤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경우(반 총장)와 과거 사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외부에서 (대선 주자를) 수혈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 차원인 점도 물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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