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앤은 자신의 경험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인종과 문화, 종교 등이 서로 다른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며 우리 안의 교묘한 혹은 공공연한 편견을 폭로한다. 즉 이 책엔 다이앤과 승 커플뿐 아니라 흑인 남자와 결혼한 백인 여자, 힌두교도 인도 남자와 결혼한 복음주의파 기독교도 백인 여자, 팔레스타인계 영국 남자와 결혼한 멕시코계 미국 여자, 백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아프리카계 뉴요커 여자, 트리니다드 출신 남자를 사랑한 이스라엘계 유대인 여자, 이렇게 총 여섯 커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날카로운 위트와 능숙한 유머로 버무린 이 커플들의 웃기고 황당하고 가슴 아픈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데이트하고 결혼하며 겪어야 했던 온갖 난관과 편견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다이앤은 자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 안에 자기도 모르게 내재된 경계선들을 파악하고, 뿌리깊게 자리잡은 그 편견의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다이앤은 승의 부모가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앞으로 닥칠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인종 간 결혼에 도전중이거나 성공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다이앤이 만난 다섯 커플은 때로는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때로는 상대의 가족으로부터 모욕과 비난을 들으며 인종 간 결혼이라는 험난한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흑인 남자와 결혼한 백인 리사의 가족은 흑인과 백인이 결혼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며 둘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백인 남자 제이크와 결혼을 약속한 흑인 여자 나탈리아는 제이크의 어머니로부터 집안 출입을 금지당했을 뿐 아니라 친구였던 제이크의 남동생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힌두교도 인도 남자와 결혼한 기독교도 백인 여자 제니퍼는 가족과 십 년 가까이 의절하기도 했다.
서로 인종이 다른 커플끼리 결혼할 때 부딪치는 문제는 비단 가족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혼혈 아이를 키우는 백인 친구 리사는 아이들과 함께 살 장소를 정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남쪽으로 이사를 가서는 절대 안 되고, 워싱턴 D.C. 이북에서 살아야 한다는 데 남편과 합의했다고 말한다.
남미계 흑인 혼혈 아이를 낳은 엘리 역시 자신의 가족이 살 수 있는 곳은 시애틀, 브루클린,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곳들에서는 다른 인종, 다른 종교, 다른 문화유산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인생의 모든 선택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인이 되진 않는다”면서.
다이앤 역시 승과의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친구들이 겪은 차별과 편견을 한국인 시댁 친척들로부터 직접 경험하게 된다. 아시아계와 비교해 인종적으로 늘 강자에 가까웠던 백인 뉴요커가 사랑으로 인해 약자가 된 셈이다. 다이앤이 처음으로 만난 친척인 승의 고모는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음에도 한국말로만 이야기하고, 다이앤이 아시아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도 답례를 해주지 않는다. 다이앤에게 호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승의 큰엄마는 한국식 예식을 제대로 치르고 싶어 질문을 던지는 다이앤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그래도 다행히 “넌 그들(백인)과 사랑할 수 없어”라고 잘라 말하던 승의 부모가 아들의 만혼에 대한 걱정과 손주를 보고 싶은 열망에 결국 다이앤을 받아들이면서 둘은 양쪽 부모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할 수 있게 된다.
다이앤 파 지음 | 이수영 옮김 | 문학동네 | 336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