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뺑소니 혐의를 받는 김모(43)씨는 "사고 시간대 퇴근하다가 을숙도공원을 지날 때 차가 덜컹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사람을 친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식품도소매 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지난 9일 사고를 낸 뒤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이후에도 평상시처럼 생활해왔다고 주장했다.
평일에는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퇴근했고, 추석 연휴가 시작된 14일부터 17일 사이에는 자녀·부인과 함께 고향에 다녀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의 주장에서 몇가지 의심스러운 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몸무게가 20㎏가 넘는 A군이 차량에 부딪힐 때 차체에 전달되는 충격은 운전자가 사고 사실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김씨가 음주 운전이나 졸음운전 등으로 인해 사고 발생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상태에 있었거나, 고의로 이를 무시했을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체에서 떨어져나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가드휠도 1m가 넘는 크기의 부품이어서 차량 파손을 "몰랐다"고 하는 김씨의 주장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경찰은 사고 지역 인근 9개 구·군에 등록된 은색 그랜저TG 차량 500여대의 운전자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그러던 중 경찰은 지난 13일 김씨에게 첫 연락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을 확인하자는 취지로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김씨는 이날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하루 뒷날인 14일에는 김씨의 집을 찾아갔지만 김씨와 김씨의 가족, 차량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차주가 한 번에 연락되는 경우가 없고 전화를 받더라도 대뜸 '왜 나를 의심하느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아서 단순히 연락이 안 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심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에는 다른 차량을 확인해 용의차량 수를 줄이는데 목표를 두고 순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씨와 18일에야 연락에 닿았다. 김씨가 낯선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하고 먼저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김씨의 차량을 확인한 뒤 휠가드가 파손된 것을 보고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김씨의 주장을 검증해 나가는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면서 "김씨의 동선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되면 김씨의 범행이 과실에 의한 것인지 고의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