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세대에게 자서전 쓰기란?

신간 '자서전 : 나와 세상의 기록'

신간 '자서전 쓰기: 나와 세상의 기록'은 자서전의 의미를 노년세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그들에게 자서전은 무엇이며, 왜 자서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풀어나간다. 무엇보다 이글은 실제 자서전을 쓰는 노년세대들의 인터뷰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들이 어떤 생각, 어떤 의미를 두고 자서전을 쓰는지를 이론을 토대로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노년세대는 위기에 처한 자신, 균열된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서전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서전은 자기 정리, 후대를 위한 경험의 기록, 과거 열망의 실현 그리고 진실의 고백과 유언의 의미를 가진다.

자서전 쓰기 전후, 노년세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현재의 모습보다는 과거의 충실하고 건강했던 자기에 더 애정을 보였다. 자서전에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하게 되면서 할 말을 다했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서전을 통해 자식들을 비롯한 타인과의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믿음이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자서전은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남아 후대에 전해질 것이라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거는 기대 중의 하나이다.

또 자서전은 노년세대에게 자서전을 쓰는 시간은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자서전을 쓰는 동안 이들은 행복을 느꼈으며, 스스로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나타낸다. 어린 시절을 비롯한 그 시절의 사람들과 교감하고,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기도 한다

책 속으로

자서전에 대하여

1
자서전은 노년세대라는 변곡점에서 자기를 정리하고 성찰하는, 정체성 재형성의 매체이다. 즉 노년에 접어든 현재의 자기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행위이자 궁극적으로는 자기이해를 추구하는 미디어이다. 지금까지 구체화시켜보지 못했던 나의 지난 삶을 처음으로 정리하고, 성찰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그리고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답을 찾아간다.

2
자서전은 과거를 현재에 재현하는 작업이다. 노년에게 있어서 과거는 이상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때의 상황이 어떠했든 현재보다 나은 과거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거를 기억의 소환을 통해 현재화 시키고, 현재로 불러와 재현시키는 작업은 지금의 자기를 과거의 자기로 되돌리는 작업일 수 있다. 그들에게 자서전에서의 기억은 아름다운 것이 대부분이다. 노년에게 자서전은 단순한 과거를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부여가 된다.

3
자서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매체이다. 자서전은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감추어져 있던 삶의 기억을 글을 통해 드러내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를 고백의 형식으로 본다면 자서전에 고백하는 것이 된다. 고백함으로써 심리적으로 행복을 느끼거나 괴로움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고백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자서전에서의 고백은 죄의 고백이 아니라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고백은 타인을 대상으로 진실을 털어놓는 행위이고, 타인이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었을 때 고백은 완성된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도 작용된다. 나를 드러내는 행위가 자신을 드러내어 보호받거나 또는 인정받고 싶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4
자서전은 나를 재구성하는 매체이다.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를 겪는 모습과는 다른, 의지적으로 나를 재구성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글쓰기, 타인들 속의 주체의 형성, 나의 행동규칙들을 스스로 정하고 나를 변화시키고 변모시키며 나의 생을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숙고된 자발적인 실천이다.

5
자서전은 대화의 상대이자 타인을 향한 말 걸기이다. 자서전은 쓰는 나와 대상으로서의 내가 공존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현재의 글 쓰는 내가 과거의 나를 불러내는 내적소통인 것이다. 나아가 자서전은 타인을 향한 말 걸기이다. 소외되어 단절된 노년세대는 활동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도 급속하게 제한을 받게 된다. 소통에 대한 바람과는 다르게 현실은 단절되어 있음을 자서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며, 마주보는 소통이 불가한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서 선택된 매체가 자서전이다.

6
자서전은 나를 영원히 존재하게 하는 자유의 공간이다. 자서전에는 생애 가장 건강하고, 가장 충실했던 시기의 삶이 존재한다. 자서전을 쓰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자신, 행복한 시간과 만나는 시공간 그 이상의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다. 자서전을 쓰는 사람들에게 과거가 지금보다 나은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리고 자서전이라는 책 안에 영원히 그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된다.

임순철 지음 | 한국기록연구소 | 204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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