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면담 자체가 얼렁뚱땅 진행됐다거나 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의혹까지 나왔지만 당국이 조사항목 등에 대한 공개를 꺼리면서 '깜깜이 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여성가족부 '국내 거주 피해자 제3차 개별방문 결과'에 따르면,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6월 초부터 한 달간 방문조사를 벌여 피해 당사자 40명 가운데 36명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김태현 재단이사장(당시 준비위원장)이 당사자 대부분으로부터 "재단 사업을 조속히 실시하기를 희망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국내 거주 피해자중 나눔의집 7명,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3명을 비롯한 10여명의 할머니들은 당시 면담을 거부하거나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포함한 피해자 12명은 최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일 합의 시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6월 28일 나눔의집에 김 이사장과 외교부·여가부 관계자 등 5명이 찾아왔을 때 할머니 10명 가운데 7명은 다른 방에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나가면서 방에 계신 할머니들에게 '할머니 저희 왔어요'라고 하는 게 무슨 의견 청취냐"며 "그 사람들 입만 떼면 그 소리 하더니만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 성토했다.
재단 측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에게 상황을 설명한 건 사실상 '면담'이었으며 다른 방에 있던 7명의 입장을 '무응답'으로 처리한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현 재단이사장은 "당시 제가 이것저것 말씀드릴 때 그분들은 웃으시거나 고개를 끄덕거리시거나 대답을 아예 안 하시기도 했다"며 "그래서 말씀 나누고 손잡아드리고 안아드리고 나왔는데 그분들에게는 그게 면담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말씀이 오락가락 바뀌는 노인들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면담은 녹음까지 다 해놨지만 신변보호상 공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월 1차 개별방문을 통해 '국내 개별 거주 피해자' 18명을 면담한 결과,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차 개별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당국자가 직접 만난 당사자는 그 절반인 9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나머지 9명은 노환 등을 이유로 보호자의 입장을 대신 청취했던 것.
이용수(88) 할머니 등 애초 면담 대상에 포함됐던 10명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이러한 1차 면담 결과에 대해 "할머니들은 생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과 정부의 노력을 대부분 긍정 평가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들도 개별 보상 액수에는 관심을 표명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외교부와 여가부가 합동으로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29명의 당사자를 면담한 결과 26명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차 조사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판단한 기준이나 근거 등은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문미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가부는 할머님들과 가족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는 발표를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재단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할머님들의 의견을 왜곡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만이 의구심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