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하수종말처리장을 왜 우리 동네에?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 '지금 푸른물센터' 공사 현장. (사진=고무성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의 한 공사장.

6만 5천㎡ 규모의 부지에 '지금 푸른물센터' 설치 사업이 한창이다. 일명 하수종말처리장을 짓고 있는 것이다.

시행사인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10년 3월 하수처리장 건설계획을 제출한 뒤 2013년 9월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1108억여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이 하수처리장은 이 지역이 아닌 약 1km 떨어진 다산신도시의 오·폐수를 처리하게 된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사업은 강행됐다.

주민 대부분은 설명회가 열리는 것을 알지 못해 일부만이 참석했고, 공람은 진행된 사실조차 몰랐다는 입장이다. 동네에 혐오시설이나 다름없는 하수처리장이 들어오는데 실제로 공람 기간 반대 의견이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시에서도 설명회를 충분히 알리지 못해 주민 일부만이 참석하는 등 미흡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람 기간 의견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주민들이 하수처리장 설치를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44만평 규모의 다산신도시는 오는 2018년 6월까지 택지를 조성하면 8만 6천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수석동은 50~60대 원주민 65가구 가량만이 거주하고 있다.

◇ 다른 신도시들, 택지 내에 설치해 민원 없어


다산신도시 하수처리장의 위치는 지난 2005년 기본계획을 승인 받을 때 수석동으로 지정됐다. 다산신도시는 2007년 12월에 택지지구로 결정됐다.

하수처리장의 위치가 다산신도시 택지지구 지정 보다 먼저 결정이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와 도시공사는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장의 위치가 먼저 지정이 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해도 달라지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주민설명회와 공람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던 것이다.

남양주 별내와 진접 신도시 등은 각자 택지 내에 하수처리장을 조성해 단 한 건의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택지 밖에 설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다산신도시 하수처리장은 무관한 지역에 설치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하수처리장 건립 및 이전은 용인, 인천, 강릉 등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수석동 주민들은 하수처리장이 이미 절반가량 지어졌기 때문에 반대를 포기하고 실질적인 보상만을 원하고 있다.

60년 넘게 거주한 주민 A씨는 "하수처리장 상부의 편의시설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마을회관 토지 제공 등 실질적인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시공사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있기 때문에 악취가 거의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 주민들을 위해 상부에 공원과 생태연못, 공연장 등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상부의 편의시설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하남의 스타필드 인근은 옆 하수처리장의 상부 편의시설로 인해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기영 건국대학교 사회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는 "하수처리장은 택지 밖에 지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하수처리장도 혐오시설인데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면 냄새가 덜 나겠지만 안날 수는 없다"면서 "하수처리장 상부를 공원화 한다고 해서 인근 집값이 오를 요인은 안 오를 요인에 비해서 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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