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부터 모형수류탄까지…국회 보안 '빨간불'

위해물질 적발건수 작년 한 해만 4천여건…발 밑에 면도칼 숨겨와 자해도

지난해 10월 오후 3시 25분 국회 의원회관 1층 안내실 검색대.

검색 근무자인 박모 주무관의 시선은 아까부터 안내실을 서성이며 가방을 만지작거리던 한 남성에게 향해 있었다.

수상한 이 남성의 행동에 박 주무관은 X-ray 투시기에 투과된 남성의 가방 안 내용물을 유심히 살폈다.

남성은 투시기와 금속 탐지기까지 모두 통과했지만 그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던 직원은 가방을 수색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남성이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는 발목 지뢰라 불리는 M-14 지뢰가 들어 있었다.

(사진=이만희 의원실 제공)
조사 결과 지뢰 관련 단체에서 활동중인 김모(60)씨는 한 야당 의원 보좌관에게 지뢰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뇌관과 화약을 제거한 실제 지뢰를 가지고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내가 청와대와 김포공항에 지뢰를 가져갔지만 적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오히려 검색 담당자의 '눈썰미'를 칭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오전 9시 45분엔 의원회관 2층 현관 검색대에서 모형 수류탄이 발견됐다.

국방부 협력관 이모 대령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수류탄 모형을 시연하기 위해 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실 제공)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X-ray 수화물 검색기에서 적발된 위해 물품 건수는 모두 1258건에 달한다.

▲권총 2건 ▲가스총 11건 ▲망치 등 공구류 273건 ▲과도와 식도 등 다용도 칼 1332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권총 12건, 가스총 180건, 다용도칼 2963건으로 적발 건수가 무려 4072건에 달했다. 지난 2011년부터 6년 동안 적발된 건수만 1만건이 넘어 1만 4669건을 기록했다.

권총은 경찰관, 가스총은 주로 은행 보안회사 직원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와 식도 같은 칼의 경우는 지역구 방문객이 소지한 경우가 상당수를 이뤘다.


◇ 접이식 카드, 닌자 월렛은 적발 어려워…'감'에 의존하기도

위해물품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등 국회는 높아져 가는 테러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X-ray 수하물 검색기 등 검색 장비를 국회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국회에 설치된 X-ray 수하물 검색기는 7대, 문형 금속탐지기 11대, 휴대용 금속탐지기가 23대에 이른다.

또한 적외선 감지기가 본관 6곳, 의원회관 4곳 등 국회 내 모두 22대가 설치돼 있다. 열선 감지기 19대도 국회에 설치돼 현재 운용중이다.

그러나 카드 속에 감춰진 접이식 카드날이나 맥가이버 칼과 같은 이른바 닌자 월렛 등은 적발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다보니 이들의 소지품을 꼼꼼하게 검색하는 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국회 방호 관계자는 "의원회관의 경우 36명이 나흘에 한 번 꼴로 당직 근무를 서며 국회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며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문객이 많다보니 세밀하게 검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계가 거르지 못하는 위해 물품의 경우 직원들의 '감'으로 적발해내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발 밑에 면도칼을 숨겨 와 국회 안에서 자해를 한 사례도 있었다"며 "복장이나 얼굴 표정 등을 보고 촉수 검사를 통해 위험 물품이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황산 테러 등에 대비해 내년까지 액체 위험물 탐지 장비 도입도 추진중이다.

이만희 의원은 "국회도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언제 일어날 지 모를 테러에 대비해 국회 출입 시 물품 반입 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색 장비 관리 책임자를 선정하고 테러 대비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도입하는 등 사전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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