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까지 거론하며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불거진 안보 위기의 해법을 사드 배치에서 찾았다.
하지만 야권은 사실상 한 목소리로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맞섰고, 박 대통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 등 야권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입장을 옹호했을 뿐 별다른 중재를 하지 못했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외쳐왔던 ‘협치’ 대신 ‘불통’만 확인된 회동 결과 여야 간 냉각 기류가 오히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靑 사드 반대론에 '발끈', 언쟁 오간 회동
청와대 회동 직후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영수회담이라기보다 대통령의 안보 강의에 가까웠다"고 혹평했다. 북핵 문제를 빌미로 사드를 수용하라는 압박만 느끼고 왔다고도 했다.
이 같은 평가는 박 대통령이 '북핵 회동'이라고 명명하며 만남의 목적을 '초당적 협력'으로 잡았음에도 협력의 귀결점을 사드 배치로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반발에 대비해 우리가 국민의 안위를 보호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드"라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은 북핵에 대한 반응은 '용인'과 '저지' 중 양자택일의 문제인데, 우리가 용인할 수 없으니 저지의 수단인 사드 배치는 필연적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더민주는 "압박에 가까웠다"고 반응했다. 박 대통령이 추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을 차례로 거론하며 사드 찬반에 대해 즉답을 요구했다고도 했다.
야권이 공통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자 회동 분위기가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반응에도 "안타깝다"며 감정적인 서운함이 묻어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귀결됐다는 여론을 전한 추 대표를 겨냥해 "그러면 사드 배치가 없었던 1~4차 핵실험은 왜 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는 안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면서도 여야정안보협의체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안보는 여야가 함께 논의할 사항이 아니고 대통령이 책임지고 끌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 정국 경색 예고…野 "대통령, 관료들에 포위 '만사불통'"
결과적으로 청와대 회동은 이견만 확인하고 소득 없이 끝났다. 이 대표가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 등에 대한 여야 합의사항을 공동으로 발표하자고 요구했지만, 야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이 안보 분야 외에 민생현안으로 제안한 거의 대부분의 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민주는 "(박 대통령이) 추 대표가 제기한 민생 문제, 국정실패 정치 현안에 대해서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청와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관료들에 둘러싸여서 민생이나 위기감, 절박감에 대해 현실인식이 굉장히 문제가 있었다"고 묘사했다.
야권은 스무 가지 사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고,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법인세 인상‧가계부채 해소 등 사실상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어렵게 성사된 영수회담이었지만, 서로 상대 측의 제안을 면전에서 거절 한 형국이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중심으로 한 정기국회에서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권 내부의 반응에선 약간의 온도 차가 느껴졌다. 더민주는 "소통의 시대에 만사불통"이라며 "다시 한번 높은 절벽을 느꼈다"고 혹평했다. 반면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은 "북한 핵 실험에 대해서 초당적 규탄을 한 것이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