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올 추석 극장가에 한국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서부 영화로 관객들 앞에 돌아왔다.
이병헌이 맡은 역할은 서부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동양인 빌리 락스. 극중 빌리 락스는 칼과 총 모두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과묵한 암살자다.
그는 1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처음으로 정의롭고 선한 역할을 맡았는데 감흥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대부분의 배우들에게는 어설프게 선한 역할보다는 확실하게 눈도장 찍을 수 있는 악역이 더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사실 아직도 동양인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주연급이 되기는 힘든 현실이다. 이병헌, 김윤진 등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때문인지 이병헌은 역할의 성격보다는 굳이 동양인 캐릭터가 아니어도 되는 역할에 캐스팅 된 것에 더 의의를 뒀다.
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 7'이 리메이크한 '황야의 7인'을 보면 내 역할은 굳이 동양인이 맡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감독과 제작자가 동의해 내가 캐스팅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실제로 어린 시절에 '황야의 7인'을 보고 자랐다. 진짜 '카우보이'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는 멋진 '카우보이'가 됐으니 그의 꿈은 현실이 된 셈이다.
이병헌은 "아버지와 주말의 명화를 봤는데 그 때 '황야의 7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당시에 카우보이가 되겠다고 꿈을 꿨는데 배우가 되어서 7인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해서 정말 영광이다.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감회를 이야기했다.
이병헌하면 워낙 액션에 능통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위가 들끓는 사막에서 펼치는 액션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햇빛에 쓰러지는 사람이 많아 항상 현장에 구급차가 대기하기도 했다고.
그는 과거 출연했던 김지운 감독의 영화 '놈놈놈'과 '매그니피센트 7'을 비교하며 "기온은 똑같이 40도가 넘는 상황이었는데 습도가 천지 차이였다"면서 "중국은 흙먼지 때문에 고생스러웠지만 더위 자체만 따지면 비교가 안 됐다. 루이지애나는 습도가 9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힘들었던 지점을 고백했다.
한국과 할리우드. 양쪽에서 모두 이병헌 정도의 묵직한 존재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병헌은 "야망이나 포부가 있지는 않다. 그냥 운이 좋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