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클린턴이 이날 뉴욕 맨하탄의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오전 9시30분쯤 어지럼증을 느끼고 다리에 힘이 풀려 황급히 행사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 여성 수행원이 클린턴의 팔을 붙잡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또 수행원의 부축을 받고 차량을 기다리던 클린턴이 몸의 중심을 잃고 두차례 앞뒤로 휘청거리는 장면이 한 시민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됐다.
클린턴은 차량에 올라 타면서 인도와 차도 사이의 턱에 발이 걸리고 무릎이 꺾였고 차량 안쪽으로 쓰러지듯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신발 한짝을 떨어뜨렸고 뉴욕 경찰이 나중에 이를 회수했다고 NBC는 전했다.
클린턴은 인근에 있는 외동딸 첼시의 집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의 차파쿠아 자택으로 돌아갔다. 첼시의 집에서 나오면서 클린턴은 몸이 어떤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주 좋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클린턴 캠프측은 클린턴이 더위를 먹었지만 현재는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의 주치의인 리자 발댁은 성명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이 알레르기와 관련된 기침을 해왔다"며 "계속된 기침의 원인을 검사하는 도중 그녀가 폐렴에 걸렸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클린턴이 "더위를 먹어 탈수상태가 됐다"면서 "클린턴은 탈수 증상을 잘 극복했다"고 밝혔다.
클린턴이 폐렴 진단까지 받으면서 앞으로 유세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CNN은 오는 12일 클린턴의 캘리포니아 방문 일정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클린턴의 '건강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클린턴은 지난 5일 클리블랜드 유세 도중 기침이 2분 가량 계속되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는데 당시 클린턴은 기침에 알레르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생각할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고 받아 넘겼다.
그러나 트럼프측은 클린턴이 지난 2012년 뇌진탕 증세를 겪었던 사실을 거론하며 계속해서 건강 문제로 클린턴을 공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선 후보의 건강 문제는 워낙 민감한 이슈인데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후보들의 건강 문제가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클린턴은 올해 68세, 트럼프는 70세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최고령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후보는 각각 2장짜리와 4문장의 아주 짧은 건강 기록만 공개했을 뿐 아직 구체적이고 상세한 건강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