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내용은 "(SK도) 5연승을 한번 하면 순위가 쭉 치고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SK는 8월까지 59승63패, 승률 4할8푼4리로 5위였다. 4위 KIA와 1경기 차로 뒤져 있었고, 6위 LG에도 0.5경기 차로 쫓기던 상황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답변에 앞서 "허허허"라는 살짝 자조적인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치열한 5강 싸움으로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연승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었다.
웃음을 멈춘 김 감독은 "마음 같아서야 연승을 해서 순위를 끌어올리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쉽지 않다"고 답했다. "상위권 팀들은 연승이 멈춰도 또 연승을 할 수 있지만 중위권 팀들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연승 가능성이 떨어지고 하위권은 더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SK는 넥센에 2-8 무기력하게 졌다. 유격수 헥터 고메즈의 결정적 실책이 나왔다. 2일에도 SK는 고메즈의 실책성 수비 등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9-10으로 졌다.
3연패에 빠진 SK는 5위를 LG에 0.5경기 차로 내줬고, 4위 KIA와도 2.5경기 차로 뒤졌다. 가을야구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듯싶었다.
올 시즌 팀 최장 연승이다. 이전까지 SK는 6월 중순 5연승이 가장 길었다. 9월 초입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완전 달라진 분위기다. 포스트시즌(PS)에 밥 먹듯 나섰던 가을 본능이 꿈틀대고 있다.
9일에도 SK의 가을 DNA가 빛났다. SK는 이날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홈 경기에서 4-1 낙승을 거뒀다. 65승65패로 5할 승률을 꼭 맞췄다. 지난달 17일 LG전 이후 23일 만의 5할 복귀다.
'넥센 킬러' 윤희상이 선발 등판해 8이닝 3탈삼진 5피안타 1실점 쾌투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승째(5패)를 수확한 윤희상은 올해 넥센전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타선의 응집력도 예전 '비룡 군단'다웠다. 0-1로 끌려가던 SK는 5회말 2사 만루에서 정의윤의 내야안타와 박정권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을 만들었다. 이어 주장 김강민이 2타점 좌전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승리로 SK는 4위를 굳게 지켰다. 5위 KIA와 승차는 1.5경기, 6위 LG와는 2.5경기다. 9월 초입, 연패를 안겼던 넥센에 공교롭게도 연승으로 설욕했다.
김 감독의 헛웃음은 5연승은 적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던 것일까. SK의 가을야구 희망이 무르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