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열리나…與, 핵무장 정국 '만지작'

개성공단 폐쇄도 안 먹히자 다음 카드로 거론…우병우 등 현안 '블랙홀' 가능성 염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징후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국내 일각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불을 당기며 집권여당의 회의 테이블 위에까지 올랐다.

북핵 위협이 더욱 현실화되면서 우리도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궁극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현실성 여부 등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 '핵무장' 논의 시작한 집권여당…긴급 최고위서 '핵잠수함' 등 거론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9일 북한 핵실험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비롯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염동렬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남북 간)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금기시하고 논의에서 배제해 온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모든 가능성을 강구하자는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최고위원도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보자는 것"이라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새누리당에서 핵무장 가능성이 처음 공론화된 셈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의 북핵 억제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

안보 정당을 표방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북핵 억제 효과를 보지 못하자 다음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여기에는 대북 압박과 함께 대화·협상 병행을 주장하는 야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보수세력을 결집하겠다는 노림수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여당 관계자는 "핵무장론은 북핵 대응방안을 넘어서 안보 측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줘 보수, 안보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핵무장론 현실성은? 넘어야 할 산 많아

그러나 핵무장론은 우리 외교안보 상황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심지어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위해서도 원자력 이용 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조차 평화적 이용에 국한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이어 핵잠수함까지 보유하려 경우 중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등의 강력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여당이 핵무장론을 만지작 거리는 것은 또다른 국내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국면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현안들을 다소나마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적으로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가장 민감한 현안인 사드 문제와 관련, 배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 핵무장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사드 정도는 부차적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핵무장론은 현실성이 희박하고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엔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기적 소재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이 이날 "금기시하고 논의에서 배제해온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말은 세게 했지만 구체적 내용에선 수위조절하는 모양새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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