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안 할 분만 체크하세요"

박진탁 목사 "유럽에서는 모두가 당연히 하는 것.. 장기기증"


■ 방송 : CBS TV (CBS주말교계뉴스, 9월 9일(금) 밤 9시50분)
■ 진행 : 조혜진 앵커
■ 대담 : 박진탁 목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 조혜진 > 9월 9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십니까? 사랑의장기기증운동이 생명나눔의 문화를 우리사회에 확산하기 위해서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선포해 기념해 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장기기증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와 함께 생명 나눔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박 목사님, 어서 오십시오.

◆ 박진탁 > 아휴, 반갑습니다.

◇ 조혜진 > 장기기증의 날을 지켜오신지 올해로 20회 째 인데요. 처음에 장기기증 운동은 어떤 계기로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박진탁 > 둘 중에 하나인 콩팥을 이웃을 위해서 건강에 지장이 없다고 하는 사실을 알고, 로마서 12장 1절의 말씀 ‘너희 몸을 산제물로 드리라’고 하는 이 말씀에 은혜를 받고 91년 1월 22일에 처음 신장을 기증 했어요.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장기기증운동을 시작을 했지요.

그러다가 5년쯤 지난 후에, 뇌사로 세상을 떠나면 장기를 아홉 가지 줄 수 있으니까, 신장 두 개, 폐 두 개. 그래서 9월 9일만은 장기기증에 대해서 기억을 하자.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자체적으로 지켜왔어요. 또 앞으로는 국가가 지정하는 장기기증의 날을 지키려고 지금 법률이 발의 돼 있습니다.

◇ 조혜진 > 아, 그러니까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한 이유는 뇌사자 한 사람이 아홉 명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

◆ 박진탁 > 그렇죠.

◇ 조혜진 > 아, 그런 뜻이군요. 그런데요, 목사님께서 처음 장기기증운동을 시작을 하셨을 때 그 때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 박진탁 > 그 때는 ‘장기기증’ 하면 전혀 생소한, 듣지도 못한 그런 얘기였죠. 그리고 제가 68년부터 헌혈 운동도 시작 했는데요. ‘헌혈’이라는 단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 주기 운동’ 이렇게 시작을 했죠. 그래서 장기기증도 ‘신체의 일부를 남을 위해서 주는 운동이다’ 이런 표현을 쓰면서 시작을 했어요.


◇ 조혜진 > 올해 장기기증의 날 행사 하시면서 생명 나눔의 벽 제막식을 하셨어요. 이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 박진탁 > 그러니까 뇌사로 인해서 돌아가시는 분은 대게 사고사들입니다. 불쌍한 죽음이죠. 그래서 그 안타까운 죽음을 많은 사람을 살림으로 해서 ‘아, 축복받은 죽음이네’ 이런 것을 변화시키는 그런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 기증한 분의 유족들을 저희들이 케어 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그리고 그 분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려서 그분들로 하여금 그리도록 해서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많이 기억해주는 구나.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구나.’

그리고 그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아, 우리도 그 상황이 되면 기증을 해야 되겠네’ 그런 마음을 들게 하기 위한 그런 행사죠.

◇ 조혜진 > 기증자 예우가 장기기증문화를 확산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 박진탁 > 그렇죠. 그러니까 기증한 분들이 처음에는 몹시 슬프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참 잘했다’ 그래서 그런 사회 나가서 일하는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교회나 사회단체에 가서 ‘우리 아들이 뇌사로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이러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보다도 그분들의 얘기에 감동을 받을 수 있죠.

◇ 조혜진 > 우리 기증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국내 기증 현황은 어떻습니까?

◆ 박진탁 > 뇌사로 인해서 기증한 분들이 지난해에는 501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생전에 본인이 기증한다고 한 사람은 여섯 사람 밖에 없었어요. 우리나라는 열 사람이 뇌사로 세상 떠난다고 한다면 한 사람쯤 기증하는 통계고, (장기기증이) 활발한 나라에서는 열 사람이 돌아가면 그저 여덟아홉이 다 주는 그런 통계죠.

◇ 조혜진 > 아, 선진국은 좀 그런가요?

◆ 박진탁 > 그러니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옵트 아웃(Opt-out)’ 제도라고. 그래서 ‘기증 안할 사람 등록 하세요’ 그럽니다. 등록 안한 사람은 하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그런 상황이 되면 기증해야 되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사는. 국민의 정서가 그렇게 돼 있죠.

◇ 조혜진 > 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장기기증운동본부 활동을 하시면서, 장기기증문화 확산을 위해서 여러 활동을 해오셨잖아요. 혹시 법이 그걸 좀 막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 박진탁 > 우리나라는 법이 굉장히 경직돼 있습니다. 장기기증 등록하는 것도 19세 미만은 안 됩니다, 우리는. 미국은 13세 이상, 일본도 15세 이상 그렇게 돼 있죠.

◇ 조혜진 > 그러면 15세 미만이 뇌사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는?

◆ 박진탁 > 아, 그런데 가족이 원하면 할 수 있죠. 등록을 할 때 등록을 못한다는 얘기죠. 물론 본인이 등록을 했더라도, 기증할 시점이 되면 가족의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외국은 그렇지 않아요. 본인이 한다고 하는 의사가 분명하다고 하면 그냥 하는 거죠. 뭐, 가족들도 다 스스럼없이 동의를 하고.

◇ 조혜진 > 그럼 어떻게 제도가 바뀌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 박진탁 > 운전면허 응시 원서에 장기기증하면 하겠느냐는 문항을 넣도록 저희가 법도 다 개정을 해서 만들어 놨는데, 하면 되는데 복지부 실무자들이 안하는 거예요, 그것을. 그런 제도를 좀 윤활하게 잘 할 수 있도록 바꾸자고 하는 훨씬 힘든 그런 노력을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 조혜진 > 그렇군요. 올 초에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통해서 장기를 기증한 분들 중에 60퍼센트 정도가 기독교인이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 박진탁 > 거의 80퍼센트가 기독교들입니다. 저희가 이제 교회 가서 말씀을 전하면 교회에 따라서 어떤 데는 90퍼센트가 참여하고, 교인들 중에. 어떤 데는 50퍼센트 정도가 참여를 합니다.

적어도 축복된 삶을 살다가, 신앙생활을 하다가 천국에 가야 될 때 각막을 기증해서 두 사람에게 눈을 뜨게 한다고 하는 것은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고귀한, 가장 은혜 받는 그런 일이라고 저희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이 방송을 듣는 한국에 계시는 5만 명 목회자들이 다른 건 몰라도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면 장기기증에 참여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죠.

◇ 조혜진 > 네, 알겠습니다. 생명문화 확산을 위해서 교회는 물론 사회가 모두가 다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박진탁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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