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학교…"아직도 지옥에 산다"

네티즌들 비난 봇물, 유사 피해 사례 고발 이어져…"담임은 없던 일로 하자더라"

지효(가명)의 일기장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과 폭행 사실들이 적혀 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요구받고 있다는 CBS노컷뉴스 보도와 관련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문제의 '학폭위'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위원회'의 줄임말이다.

22일 CBS노컷뉴스는 '"절 괴롭힌 애들한테 사과하래요"…황당한 학폭위 결정' 제하의 기사에서 피해 학생에게 도리어 사과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서울 관악구 한 학교의 사례를 보도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09. 09, "절 괴롭힌 애들한테 사과하래요"…황당한 '학폭위' 결정)

초등학교 5학년인 지효(가명·12)는 학교에서 4명의 아이들에게 뺨이나 등을 마구잡이로 구타 당했다. 지효 가족의 조정 요청에 학폭위가 열렸지만 학교는 황당한 결론을 내놨다.


학교 측은 지효가 대응하는 상황에서 가해 학생 4명에게 욕을 했다며 사과 편지 4장을 각각 쓰라는 결론을 냈다. 이후 지효는 커튼을 뜯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학교에 가는 것도 두려워 한다.

지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잘못했단다. 학교에선 나를 도와줄 것 같았는데 (도움받지 못했다)"고 좌절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학폭위의 황당한 결정에 독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학폭위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유사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글들이 댓글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토**'는 "학폭위는 없애야 한다. 영향력이 있는 부모나 극성인 부모들에게 죄 없고 뒷배경 없는 아이들이 역으로 당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마*'는 "웃긴 건 문제 있는 아이들의 엄마들이 학폭위나 운영위원회에 일부러 들어간다는 거다. 그러면서 서로 봐주려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아*'는 "학교에서 처벌은 인과관계를 따져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주기를 바란다"며 "지효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가해자로 만든 교사들은 양심이 있는가. 저런 결과를 내리게 한 학교 폭력 대책의 규정이란 게 뭔가"라고 일갈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다뤘던 KBS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사진=영상 화면 캡처)
'Pu**'는 "폭력 상황이 나오면 최소한, 가해 학생이 퇴학당하는 사례라도 만들어라. 선례가 되게 말이다. 피해자 인권을 무시하고 가해자의 인권을 살려주는 거 아니냐"고 처벌 필요성을 역설했다.

'키*'는 "학교란 곳이 학생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쉬쉬하기 바쁘니 저런 일 생기면 학교의 권위가 떨어진다"며 "일부 선생들은 자신의 안위가 학생의 교육보다 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런 일이 생겨도 없었던 일인 것처럼 막으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짠**'은 "우리 애도 학교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선생님께 상담해도 소용없었다. 가해 학생들이 우리 아이에게 피부가 검다, 몸은 쓰레기로 만들어졌다, 엄마 없는 아이 같다고 놀렸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는 "담임은 그 일을 없던 걸로 만들고 싶어하더라"라며 "상담을 갔던 날도 우리 아이 등에 손바닥 자국, 멍이 있는 걸 보고 화가 났다. 내가 어떻게 해야 맞는 거냐. 이런 일을 겪어 신고한 다른 아이는 더 왕따를 당했단다. 이게 무슨 교사냐"라고 분개했다.

'소중**'은 "요즘 학교 실태다. 내 딸도 이렇게 아이들한테 당했다"며 "난 그 아이들 부모를 개인적으로 만나서 처리했다. 학폭위 열어봤자 결국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 바뀐다. 저 따위 가해 부모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왕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닉**'도 피해 사례를 고백했다. 그는 "절대 잊을 수 없다. 우리 딸이 담임 선생의 강요로 가해 학생에게 무릎을 꿇었다. 딸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집 밖을 안 나가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지옥에 산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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