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도나도나 유죄' 취지…다시 짙어지는 외압 의혹

검찰, 사기 혐의 빼고 기소…피해자측 "우병우·홍만표 전관예우 의심"

왼쪽부터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민정수석 (사진=자료사진)
우병우(49)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 홍만표(57·구속기소)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던 돼지 분양 사기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수사 외압 의혹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일 돼지사육업체인 '도나도나' 대표 최모(69)씨에게 유사수신행위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도나도나 사건은 최씨가 지난 2009~2013년 "어미 돼지 한 마리에 500~600만원을 투자하면 새끼 20마리를 낳게 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 1만여명으로부터 2400억여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피해자 규모와 전체 피해 액수가 워낙 방대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에서 수사를 맡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건은 형사4부로 넘어갔다는 의혹도 나왔다.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금조부의 특성상 형사부에 비해 고강도 수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금조부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례적인 것은 검찰이 지난 2013년 최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적용한 죄목이었다.

피해자들은 전형적인 사기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씨에 대해 유사수신행위와 회삿돈 횡령,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만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거액의 수익을 미끼로 투자 사기행각을 벌이면 유사수신행위는 물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규율돼 처벌을 받는다.

특경가법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중형에 속한다. 반면, 유사수신행위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이다.

피해자 1만여명, 피해 액수 2400억여원이라는 규모에도 검찰이 사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뒷말이 많았지만, 최근에 이르러서야 그 의혹의 실마리가 풀렸다.

지난 7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우 수석과 홍 변호사가 도나도나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냈던 두 사람이 변호사 시절 대표적인 민생침해 사건을 맡은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는 비난과 함께 검찰 수사 단계에서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피해자 1만명을 울린 최씨는 이미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였다. 최씨는 1심에 이어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도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횡령과 사문서 위조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현재 도나도나 사건은 지난 5월 피해자들이 최씨를 사기 혐의로 다시 고소하면서 수원지검에서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NGO연합 사법감시배심원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지난달 10일 '법조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홍 변호사의 담당 재판부에 홍 변호사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탄원서에서 "도나도나 사건과 같이 극악무도한 사건을 저지른 자들은 경미한 형을 받았을 뿐"이라며 "홍 변호사는 이런 암적인 존재들을 변호하고 벌어들인 수입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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