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교육부는 "시스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대응에 손을 놓고 있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생활기록부 조작을 주도한 사람은 다른 이도 아닌 학교 교장. 명문대학에 많이 보내겠다는 욕심에 특별관리학생 25명을 정한 뒤 2년간 36번이나 조작을 일삼았다.
1등급이던 자기 반 학생이 갑자기 2등급으로 돌변한 걸 발견한 다른 담임교사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을 일이다.
이번에 기록 조작이 이뤄진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원래 담임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만 수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교장이 조작에 가담하거나, 학년부장 등에게 임의로 권한을 부여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8일 "정상적인 권한을 가져가서 수정을 한 건데 그걸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보완할까 한다면 굉장히 답이 이상해진다"고 했다.
"권한을 교장에게만 준다 해도, 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로그인해줄테니 수정하라'고 하면 끝"이란 것이다.
올해 대입만 해도 정원의 70% 이상이 수시로 선발되고, 이 가운데 86%가 학생부 전형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우리 아이만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형태 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앞으로는 교장이나 정보부장이 관리상 접속권한을 갖고 볼 수는 있어도, 수정하는 건 원칙적으로 담임과 교과별 교사에게만 줘야 한다"며"더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이날 성명을 내어 "학생부 기록을 수정하는 권한은 지금처럼 담임과 교과목 교사에게만 부여하되 수정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또 "수정 요청을 거부한 교사에 대한 보호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른바 '학종 전성시대'란 말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그 기록과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관리중인 나이스 데이터 가운데 수정이 여러 차례 이뤄진 의심사례를 취합해 분석할 계획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