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은 금년초 4차 핵실험 이후, 며칠 전을 포함해 무려 14차례에 걸쳐 2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김정일 정권 하에서 18년간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도 많다"며 "중국에서 G20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가운데, 그리고 바로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은 보란 듯이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북한의 도발은 우리 모두에게 실존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며 "특히 수도 서울이 북한의 사정권으로부터 불과 수십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한국에게는 국민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직시하지 못해 북한의지를 꺾지 못한다면 국제사회 전체가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 및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서도 적극 설득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불과 4~5분이면 서울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생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이러한 이유에서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자위적 차원의 방어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의 근원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우리는 문제의 근원인 북안의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에 원론적 언급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이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며 "중재재판 판결을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EAS는 이날 회의에서 사실상 북핵을 겨냥한 'EAS 비확산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북한이 안보리의 관련 결의를 위반 및 악의적으로 무시하면서 지속·반복적으로 실시해 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을 충실히 지지한다"는 표현이 담겼다.
성명은 아울러 북한에 대해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과 국제적인 법적 의무를 다 할 것",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 의미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공동 노력을 지속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 성명은 EAS 참가국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으로, 중국·러시아가 북핵 불용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는 의미가 된다. EAS는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국,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8개국의 전략 대화체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비확산 성명은 북한의 지속적 핵 위협이라는 도전에 대해 EAS 정상 차원에서 단호한 대응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번에 최초로 의장성명 외에 EAS에서 별도로 비확산 문제에 대한 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북한을 지목해 핵·미사일 포기를 촉구한 점은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성명은 호주 정부가 "EAS 차원의 결집된 의사를 표명하자"고 제안하면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