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에서 '감찰' 3개월…스폰서 부장은 '로비' 종횡무진

김형준 부장검사. (사진=팩트TV 캡처)
'스폰서 부장검사사건'에서 대검찰청이 서울 서부지검으로부터 김형준(46)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 보고를 받고도 왜 적극적인 감찰조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뭉갰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 서부지검이 마포경찰서에서 김형준 부장검사 친구 김모(46·구속) 씨에 대한 두번째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받고 5일이나 고민하다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라"고 지휘를 내린 배경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마포경찰서는 지난 5월 14일 구속된 피의자 김모 씨에 대한 두번째 계좌 압수색영장을 서울 서부지검에게 신청했다.

서부지검은 두번째 압수수색영장이 접수되고 닷새 뒤인 5월 1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라"고 경찰에 수사지휘를 내렸다. 그리고 하루 전인 5월 18일에는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한 첩보를 대검에 보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검찰에서 경찰이 영장신청을 하면 대개는 2~3일안에 기각이나 청구·송치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왜 5일이나 걸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검찰은 '근무일 기준으로 5일 안에 (경찰) 수사지휘를 한다'는 내부 지침이 있지만, 5일씩 걸리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서부지검이 닷새 동안이나 '사건 송치'를 고민했다는 것은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의혹에 대해 의심을 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그 사실을 대검에 보고했는데도 대검이 왜 적극적으로 감찰 조사에 나서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5월 18일 서부지검으로부터 '사건 첩보'를 보고받았지만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대검이 '스폰서 부장검사의 비위의혹'을 뭉개고 있는 사이 사건의 파장은 커져갔다.

서부지검은 석달 뒤인 지난 8월 31일 김 씨에 대해 사기혐의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대검찰청은 이틀 뒤인 9월 2일 감사에 착수했다. 이 시점은 언론이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취재에 들어간 직후다.

당시 도망중인 김 씨는 김 부장검사와의 '카톡 대화록과 녹취록 자료'를 모두 언론에 넘겨 줬다. 그는 "(김 부장검사의 비위에 대해) 1보만 보도를 해달라. 첫 보도가 나올때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다니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씨는 도망다니다가 언론 보도 직후 체포됐다.

검찰은 3개월동안 수사를 하면서 김 부장검사의 비위의혹에 대해 샅샅이 파악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미 검찰조사에서 김 씨는 관련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검이 감찰 착수를 3개월이나 묵살하는 동안 김 부장검사는 서울서부지검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오가며 수사검사를 상대로 밥을 사거나 사건을 묵살하기 위해 온갖 '로비'를 펼친 사실들이 녹취록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김 씨와의 6월 27일 통화에서 "오죽하면 내가 고양 쫓아가고, 마포 쫓아가고, 어떻게든 끈을 만들어서 밥먹으려고 해. 검사 하나 밥먹이기 쉬운지 알아"라고 말한다.

또 6월 29일 전화통화에서는 "너 잘 들어. 29년, 30년 공동 운명체.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나. 세상에 어떤 사람도 아니라는 거 몰라. 바보야. 그리고 왜 내가 서부 부장들 다 여의도 매리어트 식당에 다 불러서, 1부장부터 공안부장만 빼고, 다 자연스레 친해지고…"라고 구속된 김 씨를 다그쳤다.

이미 검찰이 김 부장검사의 비위사실을 광범위하게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그런데도 대검 수뇌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리지 않고 뭉개버렸다. 그 사이 사건은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막지 못할 만큼 커지고 말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