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사안인 모병제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그는 지난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인구 절벽이 올 경우 우리 군이 현재와 같은 수준의 병사를 유지할 수 없다"며 "9급 공무원 수준으로 대우해줘, 가고 싶은 군대,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모병제 논란에 불을 당겼다.
그는 지난 7일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왜 정의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자식들만 군대를 갈 것"이라며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남 지사는 "누구의 생각을, 어떤 정책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유 의원에게 '정책 대결'을 신청했다.
남 지사는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고통받았던 유 의원님께서 남의 생각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 남경필, 유승민과 모병제 찬반 논쟁에 체급 ↑…노동 분야 정책 발표도 '초읽기'
잠룡들뿐 아니라 여당 중진들까지 찬반 논의에 뛰어들며 판을 키우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모병제로 실시했다 하더라도 몇년이 걸리고 준비를 많이 하고 엄청난 예산이 들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원유철 의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모병제 논란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일 싱크탱크를 출범하며 대권 도전을 시사한 정우택 의원도 "모병제는 시기상조이고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모병제가 여당의 정책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처음 물꼬를 튼 남 지사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여기에 유승민 의원이 자신의 주장에 반박하며 정책 대결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체급도 높이는 효과도 거둬들였다는 분석이다.
남 지사측은 "경제 전문가인데다 천재 소리를 들었던 유 의원과 남 지사는 체급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한림대 연설을 듣고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모병제 반대 논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남 지사는 모병제에 이어 노동 분야에 대한 정책 이슈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남 지사측은 "연정(여야 연합정치)에 이어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건 남 지사가 세 번째로는 노동 관련 정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달에 정책을 세밀하게 다듬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