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주춤한 틈에 '대안론' 꿈틀

정우택 의원, 潘 불출마 등 대비…안희정 지사는 野 변수

반기문 UN 사무총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틈새를 타고 충청권 맹주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여권내 물밑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 4선 중진의 정우택 의원은 지난 7일 싱크탱크 '더좋은나라전략연구소' 창립 세미나를 통해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 광역단체장(충북지사), 장관(해양수산부)을 모두 역임한 몇 안 되는 현역 정치인이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는 지난해부터 대권 도전을 저울질해왔다.

그는 영호남 패권주의를 넘어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충청인이 나설 때가 됐다는 '충청 대망론'의 준비된 대표주자를 자임하고 있다.

물론 여권 입장에서 충청 대망론의 핵심은 여전히 반기문 총장이다. 반 총장의 이름값에 비해 정 의원의 경쟁력은 회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충남지역 여당 A 의원은 "(반 총장에 비하면) 아무런 세가 없다"고 평가했고 대전지역 여당 B 의원은 노코멘트 반응을 보였다. 충청권 중진에 대한 예우상 에둘러 표현했을 뿐 가능성을 낮춰본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정 의원은 반 총장이 대선에 불출마하거나 중도 탈락할 경우에 대비한 '대체 카드'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충남지역 여당 C 의원은 "(반 총장이) 혹여 불출마하거나 하면 충청권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보겠다는 것이고, 만약 (정 의원이) 나오더라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유력 정치인으로서 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출마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설령 출마하더라도 지금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반 총장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친박계 등에 업힌 채 출마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자로 출마하는 것 역시 그간의 행보를 감안하면 마땅치 않다.

최근 반 총장 지지율이 21.1%(9월1주차 리얼미터 조사)로 3주 연속 하락한 것도 본선에서의 거품 붕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잇따라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여론의 관심이 흩어진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반 총장이 예상과 달리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정 의원으로선 '반기문 대안론'의 명분과 지지를 얻을 기회가 열린다.

정 의원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반 총장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면 기대치는 높은데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며 대안론에 불을 지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반 총장과 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인데 보다 복잡한 상황이 예상된다. 양측의 공동 텃밭인 충북 내에서 세력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득이 될 공산이 크다.

설령 전국적 지지세를 가진 반 총장이 이긴다 해도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고선 출발부터 상처를 안은 채 본선 무대에 올라야 한다.

지난 5월 떠들썩했던 귀국 이후 국내 상황과 거리를 둔 반 총장으로선 대선 출마에 대한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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