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추다르크 통합행보'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오는 모양새여서 추 대표가 파고를 어떻게 헤쳐 갈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오전, 추 대표가 오는 12일 대표 취임 인사차 전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더민주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호남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수도권 의원들, 일반 지지자들까지 "금도를 넘었다"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예방 소식이 알려진 직후 추 대표 측은 '앞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예방과 같은 맥락의 행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 대표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예방을 결정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자 이날 오전 추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뒤 예방 취소를 결정했다.
추 대표는 당초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돌아가신 분은 묘소에 가서 인사드렸고 명절 앞두고는 살아계신 분에게 개인적으로 예의를 갖추겠다는 정도"라고 설명했지만 "파렴치한을 왜 만나냐"(양향자 여성최고위원)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뜻을 접었다.
◇"세월호‧사드 침묵…野대표 맞나"…"대통령 된 듯" 연설태도 논란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소동'은 추 대표의 행보에 대한 논란에도 불을 지핀 모양새다. 그동안에는 ‘큰 잡음 없이 당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번 소동을 계기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추 대표에 대한 불만 목소리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추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기간 동안에는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당론 채택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사드에 대한 명시적 반대는 물론이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최대 현안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거취문제는 물론 야3당이 이미 합의한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8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 우병우 사퇴 요구, 공수처 설치 요구를 분명히 했다.
연설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추 대표는 중앙통로로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새누리당 의원들과 악수를 청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는가 하면 연설이 끝난 뒤 중앙통로로 퇴장하며 새누리당 의원들과 악수를 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자로 매우 이례적인 태도라는 것이 당내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의원은 "추 대표가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지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진의원 역시 "교섭단체 대표 연설자는 본회의장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단상으로 이동해 연설을 한다"며 "대표 연설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느라 예정된 시간을 넘겨 연설을 시작한 야당 대표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두환 예방 요청했던 대표, 매달 찾아간다고 호남민심 돌아오나"
'싸늘하게 돌아선 호남 민심을 되찾겠다'며 일명 '가을전어'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추 대표의 계획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소동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경선 과정에서 '호남의 며느리'를 자처한 추 대표는 "호남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예산과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고, 당선 이후 첫 지역방문으로 호남을 방문하며 호남지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 소동으로 자칫 호남에서의 민심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지 당내 인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형석 더민주 광주시당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포용과 화해를 통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려는 야당 대표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예방은 너무 빠르다"고 우려를 표했다.
호남특보를 맡고 있는 신정훈 전 의원도 "대표가 다양한 생각과 경륜을 가진 원로를 예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우리가 찾아봬야 할 이유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며 "호남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전 전 대통령을 '국가 원로' 차원에서 만나는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의원도 "호남, 특히 광주에서 원수처럼 생각하는 전 전 대통령에게 먼저 예방하고 싶다고 요청했던 대표가 매달 찾아간들 호남민심을 되돌릴 수 있겠냐"며 "지도부가 호남 민심을 찾아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