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기준 5억→3억원 확대"
국세청 조사관들이 서울 강남구의 한 고급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골프장 운영업체 대표 A씨가 20억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뒤 납부하지 않자 주거지를 전격 수색한 것이다.
세금을 못 내겠다며 버티던 것과 달리 집에 들어서자마자 세계적 거장인 백남준 선생의 대형 비디오아트 작품(구입가 4억원)이 발견됐고, 김중만 작가의 사진작품 등 예술품만 수억원 어치가 쏟아져 나왔다.
8일 국세청은 올 상반기 고액체납자 추적조사 결과와 함께 재산은닉 적발 사례를 함께 공개했다.
국세청이 올해 1∼6월 고액체납자로부터 징수·확보한 세금은 총 8천615억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2015년 연간 실적인 1조5천863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세청은 "숨겨놓은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한 차명재산 환수와 형사고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체납세금 징수·확보 금액 중 현금 징수금액은 4천140억원이다. 재산 압류 등으로 조세채권을 확보한 금액은 4천475억원이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타인 명의로 숨긴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사해행위 취소소송 등 민사소송 155건을 법원에 제기했다.
또 고의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와 이를 도운 사람들까지 137명을 체납처분면탈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추적조사 사례를 보면 사채업자 B씨는 세무조사를 통해 증여세 50억원을 고지받고도 이를 내지 않고 부인 명의의 고급 빌라에 숨어 살다가 국세청에 꼬리를 밟혔다.
수색 당시 B씨 부인은 "별거하고 있다"며 문을 걸어 잠그고 버텼지만 B씨 거주 사실을 사전에 확인한 국세청은 집 안에 들어가 화장실 물통 아래에 숨긴 수표와 현금 2천200만원, 세탁기 속에 급히 숨긴 10억원 상당의 채권서류 등을 확보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여관 건물을 양도하고서 20억원의 양도세를 체납하고 요양원에 들어가 있던 C씨는 은행에서 인출한 수표 4억원을 안경 지갑에 숨겨뒀다가 국세청 조사관들에게 들통이 나기도 했다.
이밖에 장롱 속에 수억원을 감춰둔 소득세 체납자, 해외에 체류하면서 부동산 신탁을 통해 양도세 납부를 회피한 미국 시민권자 등도 모두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체납자는 재산을 은밀하게 숨기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만큼 국민의 자발적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국세청은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제도를 통해 지난해 344건을 신고받아 총 8억5천1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국세청 김현준 징세법무국장은 "올해부터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기준을 5억원으로 3억원으로 낮춰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재산은닉 혐의 분석시스템을 기반으로 고액체납자의 재산과 소비 및 생활실태를 신속하게 확인해 끝까지 추적하고, 고의적인 재산은닉 체납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