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야당 의원들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임의동행' '무책임한 자금투입 자료제출'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관련 기획재정위-정무위 연석청문회'에는 증인으로 채택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배경을 설명해 줄 핵심 인물이지만 불참 사유 통보도 없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날선 의사진행발언으로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청문회에 나와야 될 핵심인사들이 처음부터 증인에서 제외된데 이어 홍기택 전 회장마저 출석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정상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오늘 청문회는 사람으로 치면 중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방안을 찾는 자리"라며 "그동안 어떤 처방을 하고 진단을 내렸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하는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정책수석이 제외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저희들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청문회가 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회의자료와 회계자료를 제출해야 된다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용진 위원(더민주)은 "국민들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그런데 정부가 자료를 안주면 어떻게 하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박 위원은 "핵심 증인이 빠진 맹탕청문회는 그렇다치더라도 자료를 안주면 내실있는 청문회가 되겠냐"고 거듭 따졌다.
김성식 위원(국민의당)은 "기재부에 12개 자료를 요청했는데 제 취지를 왜곡해 엉뚱한 자료만 주더라"며 "서별관 회의자료는 물론 산업은행의 회계자료도 모두 제출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오늘 청문회가 지난 1997년 한보사태 때의 맹탕청문회처럼 되지 않도록 청문위원이나 증인들도 국민들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위원(정의당) 역시 "우리 경제의 향배 가늠하는 청문회가 돼야하는데 처음부터 핵심증인이 빠지는 깃털청문회, 자료요청조차 거부되는 먹통청문회가 돼 큰 유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심 위원은 "그동안 정책결정을 주요하게 했던 책임자들이 나와서 국민들의 의심에 대해서 진솔하게 해명하고 용기있게 양해를 구해야 이번 사태를 본 참담한 국민들의 마음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경환 전 부총리는 서별관회의 주요 멤버가 아니더라도 대우조선과 한진으로 나라가 휘청거리는 데 자청을 해서라도 출석했어야 했다. 그런데 뒤에 숨어서 SNS로 '청문회 때문에 구조조정 대책 안나온다'는 적반하장을 보였다"며 "증인으로 참석하신 이 자리에 계신 후배 공무원들은 그런 모습 배우지 마라"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