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고 성 전 회장이 윤씨에게 금품 교부의 역할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판단이 되고, 성 전 회장의 진술 내용에 증거 능력이 있다"면서 "홍 지사가 윤씨를 통해 1억원을 교부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당대표를 역임한 바 있고 현재 경남지사에 재직 중인 정치인으로, 그 행동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도 1억원이라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이 허위로 사실을 꾸며냈다거나, 그가 1억원을 임의로 소비했다고 주장하면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장기간 공직에 헌신함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홍 지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홍 지사는 실형 선고를 받은 직후 법정을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서 유죄를 선고해 마치 노상강도를 당한 느낌"이라며 "항소해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또 "나중에 저승 가서 성완종이한테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돈은 엉뚱한 사람한테 다 줘놓고 왜 나한테 덮어씌웠는지 나중에 저승 가서 성완종이한테 한 번 물어보겠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당시 성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부사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홍 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자원외교 비리'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성 전 회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서 돈을 건넨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홍 지사를 지목하면서 세간에 알려졌으며, 곧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의 경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고인의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와 메모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