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고개 숙인 김재수 장관, 여당과 조율했나

갑작스런 사과 발표…정진석 원내대표 '사과하되 사퇴 없다' 발언과 상통

고개숙인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장규석 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모교 동문회 SNS에 올린 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업현안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사퇴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같은 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이후에 우리 농민들과 직접 현장에 가서 만나서 치열하게 소통해주길 다시 한 번 바란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 농림부 브리핑실에서 '경북대 SNS 게시글 관련 입장'을 발표하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이 그대로 보도되어 너무 안타까운 마음으로 평소 친숙하게 생각해오던 모교 동문회 SNS에 답답한 심경을 다소 감정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장관으로 공식 취임 전이라 하더라도 정무직 장관으로서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가 있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앞으로 농업현안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으며, 새로운 농업정책을 추진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해, 사퇴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짤막히 입장문을 발표한 뒤 "축산행사가 있어서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퇴장했다.

퇴장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재수 농림장관. (사진=장규석 기자)
기자들이 그의 퇴장을 막고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 부분은 언급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고, 본인의 흙수저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표현이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김재수 장관은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난 4일 경북대 동문회 SNS에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반드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글을 게재했다.

한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장관의 SNS글과 관련해 "공직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국민과 야당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이후에 우리 농민들과 직접 현장에 가서 만나서 치열하게 소통해주길 다시 한 번 바란다"고 말해, 야당이 추진 중인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재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김재수 장관의 입장표명이 오전에 갑작스럽게 공지가 됐고, 앞서 정 원내대표의 발언이 김 장관의 입장표명 직전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김 장관의 이날 입장표명은 여당과의 조율을 거친 뒤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번 해명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를 이유로 입장만 발표하고 황급히 떠난 김 장관에게서 과연 정 원내대표가 주문한 '진정성이 있는 사과'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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