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해진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구도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공조를 확인함으로써 한국과 미국, 일본의 삼각협력과 이에 맞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구도가 선명하게 부각됐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차 라오스를 방문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7일 오후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뒤 처음으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모두 발언을 통해 먼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협력하자는 점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엊그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형언할 수 없는 폭거라고 생각한다”며 “유엔 안보리를 포함해 양국간 협력해 대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일 양국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양국이 더 긴밀히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도발이라는 공통의 우려사항을 고리로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을 더하면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체제가 형성되는 셈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한국에 위협일 뿐 아니라 일본 등 이 지역 다른 동맹국과 미국에도 위협이 된다”며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한미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러시아도 북핵에는 반대하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한미일을 한 축으로 하고 북중러를 다른 축으로 하는 긴장 구도 형성의 가능성이 있다.

이 중 중국은 지난 3일 항저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으로 요구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쟁도 격화시킬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면전에서 사드 반대를 강조했다.

인제대 김연철 교수는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한미일 삼각협력과 이에 맞서는 북중러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불안 요소가 커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한미일 공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면서도 “압박과 제재가 공고화되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일 정상이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합의 뒤 양국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토대를 넓혀가고 있어서 뜻 깊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아베 총리는 “합의 이후 일한 관계가 전향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발전시켜 일한 신시대로 가고 싶다”고 답했다.

이같은 두 정상의 평가는 정작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일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결국 정상들의 평가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를 형성하는데 그동안 위안부 문제가 걸림돌이 됐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지난해 4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입을 빌어 “세 나라(한미일)는 미래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가 한미일 협력 체제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된다며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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