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의 작은 섬 소야도 텃골마을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8월 초순입니다.
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적한 마을 앞 야산에서 덕적도와 소야도를 잇는 연도교 건설공사에 필요한 흙을 채취하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은 시작됐습니다.
아침 7시 20분부터 ‘브레이커’로 돌을 깨고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들락거리며 주민들은 소음 피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날림먼지가 왕복 2차선 도로를 넘어 코앞에 있는 텃골마을을 뒤덮었습니다. 당연히 창문을 열 수도 없고 마당에 빨래를 내다 널 수도 없습니다.
마을주민 김남심(54·여) 씨는 “아침부터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집 안에는 흙먼지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지난 7일 인천 옹진군청을 찾아 조윤길 군수와 면담을 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조 군수는 “주민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공사이니 다소 소음이나 날림먼지 피해가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산을 깎아 흙을 퍼내는 작업은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당장 불편해도 하루 이틀 참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겁니다.
◇ 옹진군수가 민원을 대하는 태도…"이해하세요!"
조 군수는 그러자 “그렇다면 공사를 아예 중단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입니다.
사실 텃골마을 주민들도 연도교 건설공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덕적도와 다리가 연결되면 그만큼 의료권과 아이들의 학습권이 보장되고 관광객들도 늘어날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공공성이 큰 사업이라고 해도 ‘소수는 무조건 피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가 빨리 떨쳐 버려야 할 과거 개발독재 시절의 발상이니까요.
특히 텃골마을 주민들은 ‘대규모 토취장이 마을 앞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옹진군청이 사전에 알리고 이해를 구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뭍에서 떨어진 작은 섬마을인 데다, 피해 가구도 많지 않아 우리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꽃게잡이를 하는 주민들은 당면한 소음과 날림먼지 피해를 막기 위해 생업도 포기하고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옹진군청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돌을 깨는 ‘브레이커’ 사용을 중지하고 먼지를 막기 위해 살수차를 운영하고 방진막을 추가 설치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주민들의 고통이 해소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토취장이 마을과 도로 하나 사이로 너무 가깝고 작업 기간도 연말까지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원하고 있지만, 옹진군청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옹진군청 건설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지만, 피해보상을 해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윤길 군수께서는 ‘공사 중단’을 말씀하셨지만, 건설과 입장에서는 민원이 있어도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텃골마을 앞 토취장에서는 조 군수의 약속과는 달리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우리는 무조건 참아야 하나요?”, “스트레스로 머리가 너무 아파 살 수가 없어요!”,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나요?”
주민들은 옹진군청의 일방통행식 행정 앞에서 사방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피해주민이 세상과 단절된 소수 섬마을 주민들이 아니라 도심 속 대단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었어도 옹진군청은 ‘법적 근거’ 운운하며 외면했을까요?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옹진군청의 따뜻한 행정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