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한 안진은 대우조선 새 경영진이 작년 '회계절벽'을 선언하고서야 부랴부랴 다시 감사를 벌여 2013, 2014년 재무제표에 2조 원의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뒤늦게 정정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보고받은 '2013년 외부감사인 선임관련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 대우조선은 2013년도 회계법인 선정을 앞두고 안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가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안진은 2010년부터 대우조선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었는데, 이 보고서 덕택에 대우조선과 다시 3년짜리 계약을 맺게 됐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기업의 회계처리가 더욱 엄격해졌는데, 대우조선은 안진이 이와 관련된 여러 이슈에서 대우조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은 보고서에서 '종속기업에 대한 이연법인세부채 인식' 문제를 언급하며 "안진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은 이연법인세부채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언급하는 문서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이를 인식할 것이지만, 안진은 문서가 없어도 경영진이 설명하면 인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연법인세부채는 실제 납부해야 할 법인세 금액이 회계상 법인세보다 적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미래의 법인세 부담액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연법인세는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수주산업 기업에 대한 핵심감사제가 시행되면서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회계법인들은 지난 7월 시행된 핵심감사제로 조선업종의 반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연법인세 문제를 엄격하게 해석해 납부할 법인세 금액이 회계상 금액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이연법인세자산을 대폭 축소했다.
대우조선도 이연법인세자산이 올해 1/4분기 1조187억 원에서 2/4분기 3658억 원으로 대폭 축소돼 계상됐다.
올해부터 안진을 대신해 대우조선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대우조선 이연법인세 자산 인정 문제로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50% 이하 지분을 가진 자회사에 대한 실질지배력(De Facto Control) 인정 범위'에 대해서도 대우조선은 "안진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은 재무 및 영업정책에 대해 의사결정 능력이 있고 사실상 종속회사를 지배하는 경우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안진은 강력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중요성 기준에 따른 연결종속회사의 범위 판단', '브로커 커미션에 대한 회계처리' 등 여러 항목에서 안진이 유리하다고 봤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하기도 전에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상당히 부적절한 행위"라며 "대우조선이 이연법인세부채를 인식하지 않겠다는 것을 외부감사인 선택에 결정적 요인으로 판단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 선정사유와 같은 기초적인 자료도 챙기지 못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직무유기가 대규모 부실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라며 "금융당국이 문제를 알고도 눈감았다면 부실을 방조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