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시리아, 주심이 만든 '최악의 90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득점 없이 무승부에 머물렀다. 박종민기자
한국과 시리아, 호주 출신 주심이 주연이 된 90분짜리 최악의 드라마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의 투안쿠 압둘 라흐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에 그쳤다.

기분 좋은 대승을 기대했던 한국에는 최악의 결과다.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다. 같은 시각 중국이 안방으로 이란을 불러들여 확실한 수비 축구로 승점 1점을 얻은 덕분에 한국은 이란과 나란히 1승1무(승점4)로 A조 선두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 승점 2점을 뺏긴 슈틸리케의 방심

시리아와 무승부는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과 손흥민(토트넘) 없이 치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방심이 부른 아쉬운 결과다. 분명 중국, 시리아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의 팀이다. 하지만 이들과 싸움은 분명한 ‘무기’가 필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시리아와 경기를 앞두고 석현준을 차출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당한 부상, 그리고 새 시즌을 앞두고 소속팀을 옮긴 만큼 적응을 돕기 위한 배려였다. ‘슈틸리케 황태자’ 이정협(울산)이 소속팀에서의 부진한 활약에 대표팀과도 서서히 멀어지는 가운데 석현준은 사실상 유일한 최전방 공격수 후보였다.


하지만 과감히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을 제외했다. 석현준이 없는 중국전에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최전방에 나서 기대 이상의 맹활약으로 우려를 씻는 듯했다. 하지만 손흥민마저 없던 시리아전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05위 팀을 상대로도 압도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기력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답답한 현실이었다.

◇ 시리아의 효과 만점 ‘침대축구’와 본분을 망각한 주심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데다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중립지역에서 경기해야 하는 시리아에게는 어쩌면 승리보다 의미있는 무승부였다. 이란과 함께 A조 선두가 유력한 한국이었다는 점에서 시리아에게는 승리보다 무승부가 목표였을지 모른다.

예상했지만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기대 이하였던 한국 축구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국이 경기 내내 압도하고도 원하는 골을 얻지 못하면서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점차 강도를 높였다. 쉴 새 없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골키퍼를 시작으로 필드 플레이어까지 ‘악성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호주 출신 크리스토퍼 비스 주심도 이날 경기를 최악의 90분으로 만든 주연 중 하나다. 그는 의도적인 시리아의 시간 지연을 제대로 저지하지 못한 탓에 후반 추가시간은 6분이나 주어졌다. 비록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경기 내내 의도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시리아 골키퍼의 행동에 일찌감치 경고를 내밀었다면 비스 주심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경기의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리아의 ‘침대축구’를 방관한 탓에 더욱 이 경기를 재미없게 했다. 더욱이 일관되지 못한 판정도 한국-시리아전을 더욱 최악의 경기로 만든 이유였다. 한국 골키퍼 김승규를 향한 상대 공격수의 의도된 태클은 분명 경고가 주어져야 했다. 하지만 비스 주심은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았고,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더욱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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