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잡음 끝에 치러지게 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이야기다.
김동호 이사장은 '사과'로 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의 막을 열었다.
그는 "지난 2년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2년간의 갈등이 부산영화제가 새롭게 20년을 성장하는 도약의 전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훼손된 영화제 위상이 복원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2년간의 갈등은 20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아시아 영화 중심에 선 부산영화제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라면서 "비판과 지지를 자양분 삼아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내고, 남은 과제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김동호 이사장·강수연 집행위원장·김지석 부집행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영화인 비대위 보이콧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9개 단체 중 참석 4개 단체, 불참 4개 단체 그리고 유보 1개 단체로 의견이 갈린 상황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동호 이사장(이하 김)> 비대위 보이콧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정관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거의 영화계에서 바라는 100% 가까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개정을 마쳤다. 각 단체별로 투표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 결정을 존중한다. 앞으로도 영화제가 개최되는 날까지 영화계와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일단 개별적으로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화와 설득을 거쳐서 한국 영화 프로그램은 거의 바라는 정도로 이뤄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하 강)> 영화제가 열릴 수 있고, 정관개정이 된 것조차도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애정 없이는 불가능했다. 100% 만족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노력할 것이고, 영화계와도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 정관개정된 내용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이를 수정·보완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당분간 특별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핵심이 됐던 것은 조직위원장 즉 지금의 이사장을 어떻게 선출하느냐였다. 부산시에서 계속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요구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사장은 이사들의 추천을 받고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바꿨다. 종전 21명의 이사가 모두 부산 지역 인사였는데 영화인 9명, 부산 지역 인사 9명으로 반반씩 나눠서 구성을 했다. 또 이번 정관에 이례적으로 집행위원회와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을 못박았기 때문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100%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관은 만들 수가 없다.
강> 김동호 이사장님이 취임하자마자 영화계와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것을 정관개정에 반영했다. 추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 현재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명예 회복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그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영화제가 너무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이번에 영화인들이 완전히 보이콧을 풀지 않은 이유는 부산시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이용관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과의 경우, 부산시장 사과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취임하면서 대신해 사과를 했다. 재발 방지는 정관에서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전 위원장은 저와 20년을 함께 부산영화제를 이끌어 온 사람이라서 그가 처한 상황이 너무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일단 재판에 회부된 이상, 그 명예회복은 재판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저희도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할 생각이다. 이미 탄원서를 제출했고, 프로그래머들이 재판을 방청하기도 했다.
강> 지난해 영화제 개최가 힘든 위기 상황 속에서 부산영화제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성공적으로 영화제를 해내면 21회 영화제는 좀 편하게 하지 않을까, 이런 철없는 생각을 했다. 저도 이용관 위원장을 비롯한 네 분의 직위 해제는 너무 가혹한 처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 시작부터 20년 동안 애써 오신 분들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정해져 있는 내부 규정이 있다. 그 규정에 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의 처리는 재판 과정과 결과에 따라 충분히 논의, 고민해서 결정하겠다.
▶ 올해 영화제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예산 문제가 불가피하게 있었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있나?
김> 올해는 정부 예산이 1억 가량 증가해 9억 원이 됐고, 부산시는 60억 원으로 변동이 없다. 다만 후원 기업들의 경우는 올해 개최가 확실해진 시점이 정관개정이 확정된 7월 22일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후원금에 차질이 있다. 다른 부대행사나 이런 것들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 기업들의 후원금을 정확히 수치화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결정이 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다. 이런 사태를 이미 올 5월부터 예상했기 때문에 어떻게 절약하고, 내실있게 할지 충분히 준비한 상태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소박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 본질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하려고 한다.
▶ 부산시의 지원금이 예산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영화제에도 그런 예산을 지원받는데 대한 책임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나? 자립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하는데.
김> 영화제 예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칸국제영화제는 총 예산이 2000만 유로인데 그 중 반액을 우리나라의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에서 부담한다. 베를린영화제는 총 예산 2400만 유로 중 800만 유로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우리는 120억 원 예산 중 60억 원이 부산시가 지원하고 정부 지원 예산은 9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전체 영화제 지원 예산 45억 원에서 2~3억 원 정도를 매년 조금씩 축소해왔다. 내년에는 더 축소된다는 얘기가 있다. 여러 영화제가 저 예산을 쪼개 갖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지원 체제라고 생각한다. 지원 예산이 대폭 늘어나야 하고, 직접 지원 체제로 바뀌었으면 한다. 예산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 정부나 부산시의 도움 없이 부산영화제는 열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 영화제가 수익 사업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누구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가 됐고, 아시아 영화 작가를 발굴·지원하며 아시아 영화의 연대까지도 이루고 있다. 그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기조는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에 대해 믿음을 주는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있어도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지원과 발전을 확신할 수 있어야 지금과 같은 애정을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부산시 일각에서 영화인들이 그렇게 반대하면 영화인들 없이 영화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건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는 행정 재정 지원도 필요하지만 영화인이나 시민, 관객들도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물론 부산시의 지원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평가에 따르면 부산영화제가 1000억 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만큼 예산이 생산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