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백만장자' 이희진 사기 행각, 방송이 키웠다

일부 방송, 자극적 소재 찾아 사기꾼 키워준 꼴

이 씨는 이 날 사회자의 칭찬에 호응하며 "어렸을 적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못 갔다. 동생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갔다. 내가 그걸 위해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했다"는 등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사진=채널에이 '풍문으로 들었쇼' 영상 화면 캡처)
검찰이 5일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0) 씨에 대해 긴급체포를 감행한 가운데 그가 과거 방송에서 했던 발언들이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씨는 헐값으로 장외주식을 매입한 뒤에 이걸 투자자들에게 비싸게 팔아서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투자한 피해자는 3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씨는 앞서 종편, 케이블 방송 등에 출연하며 '자수성가한 청년 부자' 등으로 소개됐던 바 있다. 그가 '담대한'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방송의 힘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이 씨는 지난 6월 9일 방영한 Mnet의 인기 프로그램 '음악의신 2'에 '부자' 역할로 출연해 "(부자로 알려진 랩퍼)도끼는 불우이웃"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하며 화제에 서기도 했다. (사진=엠넷 '음악의신2' 영상 화면 캡처)
이 씨는 지난 6월 9일 방영한 Mnet의 인기 프로그램 '음악의신 2'에 '부자' 역할로 출연해 "(부자로 알려진 랩퍼)도끼는 불우이웃"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하며 화제에 서기도 했다.

재산 의혹이 불거진 시기와 비슷하다. 이 씨는 방송 출연 후 한 달이 지난 7월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의 명부를 공개하며 "연 순수익 30억~40억 정도 내는 회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이 글과 해당 블로그는 비공개 전환된 상태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까지는 텔레비전 방송 데뷔 무대가 필요했다. 자극적인 소재를 선호하는 종편 방송과 자신을 알리고자 했던 그의 선택은 잘 들어맞았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9월 30일 녹화한 채널에이(채널A) 프로그램 '밀착토크 풍문으로 들었쇼'에 '청담동 백만장자'로 얼굴을 내비쳤다.

당시 방송에서 그는 "부자"로 소개됐다. 이 씨는 "단기 목표는 실시간 검색어 1위"라는 목표를 말하며 "시청자 1000명에게 치킨을 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이 방송에서 이 씨의 발언은 모두 '청담동 백만장자'라는 자막 아래 전파를 탔다.

(사진=채널에이 '풍문으로 들었쇼' 영상 화면 캡처)
이뿐만 아니라 그는 다른 회차 방송에서 자신의 집을 소개하며 "우리 집이 원래는 재계에 계신 분들이나 회장님들이 묵던 곳이다"라며 "회장님이 월세로 내놓으신 집을 내가 마음에 들어 팔라고 요구했다. 인테리어만 40~50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방송은 '강남구 청담동 이희진의 집. 청담동 백만장자 이희진 럭셔리 하우스 최초 공개'라며 집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방영했다.

(사진=채널에이 '풍문으로 들었쇼' 영상 화면 캡처)
꾸준히 출연했던 이 씨에 대해 사회자는 "졸부라고들 하지만 이희진 씨는 알고보니 자수성가한 친구다.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 날 사회자의 칭찬에 호응하며 "어렸을 적 등록금이 없어 대학을 못 갔다. 동생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갔다. 내가 그걸 위해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했다"는 등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 씨는 "팁을 만 원 받은 게 얼마나 행복하던지"라며 "(그 기억 때문에) 내가 지금 기부를 할 때도 꼭 어려운 친구들에게 학자금 대출 쪽으로 줄 수 있게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 케이블 방송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무료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장외주식을 사면 대박이 난다거나 본인이 그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며 통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방송 출연 등으로 공신력이 높아진 그의 말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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