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여소야대 국면이어서 해임건의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대 다섯번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는데 모두 장관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국회의 '부적격' 의견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야3당은 왜 김재수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처음에는 김재수 장관과 조윤선 장관 두 명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하지 않았나? 근데 왜 김재수 장관만 하기로 한 거냐?
김재수 장관은 이미 보도된대로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고, 청문회 과정서 온갖 모함,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면서 "언론 등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예고"하는 글을 대학 동문 커뮤니티에 올려 야당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장관으로 임명된 뒤 문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조윤선 장관은 임명 후 잘못이 없지만 김재수 장관은 그런 글을 올려 야당과 언론에 대해 막말을 하고 자기반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따라서 김재수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할 자질이나 성품이 안 된다는 게 드러난 만큼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장관 3명을 임명했는데 2명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내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박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조윤선 장관은 이미 여성부 장관 청문회에서 '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전례가 있어서 해임건의안을 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던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가 해임건의안을 의결하면 자동으로 해임되는 건가?
현재 야3당 소속 의원은 165명(더민주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이어서 야권이 밀어붙인다면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해임건의안은 말 그대로 건의안에 불과하다.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후보로 결론 나더라도 이철성 경찰청장이나 김재수·조윤선 장관처럼 대통령이 무시하고 임명하면 방법이 없듯이 해임건의안도 그렇다.
그러나 역대 5번의 국무위원해임건의안이 의결됐는데 장관직을 계속 유지한 국무위원은 한 명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오기정치를 하더라도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장관을 그대로 두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해임건의안이 의결되더라도 버티면 어쩔 수가 없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전에는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뒤 곧바로 해임했나?
역대로 해임안이 의결된 국무위원은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 19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19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과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그리고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등 모두 5명이다.
이 중 3명은 당시 헌법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어서 퇴진에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52년 개헌 당시 해임안은 구속력이 가장 강한 불신임안 형태였는데 '(해임건의안이 의결되면) 당해 국무위원이 즉시 사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62년 제3공화국 개헌에서 해임건의권으로 변화됐지만 '해임 건의시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고 규정, 사실상 강제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1971년 오치성 내무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은 '제2의 공화당 항명파동'으로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72년 유신헌법에서 해임의결권으로 더욱 구속력이 강화됐던 국회의 국무위원해임안은 87년 6월항쟁 후 헌법을 개정하면서 '건의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면서 '해임건의안'으로 환원됐다. <헌법 제63조①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해임건의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정부시절인 2001년 임동원 통일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의결되자 임 장관이 스스로 사임하고 그외 5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으로 법리논쟁을 피해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의결하자 김 장관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름 뒤 사퇴했다.
▶ 야당이 왜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낸거냐?
김재수 장관은 어머니가 10년 동안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아파트 헐값전세와 특혜대출에 이은 헐값분양, 종합소득세 누락,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비리 종합백화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부적격 청문보고서가 제출됐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자신의 대학 동문 커뮤니티에 국회 인사청문회 언론보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 장관은 "이번 청문회과정서 온갖모함·음해·정치적공격이 있었다"며 "언론도 당사자의 해명은 전혀 듣지도않고 야당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부임하면 그간 시실확인도하지않고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시골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공격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두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기정치에 대한 반박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5일 "야당이 여러 차례 부적격 의견을 밝혔는데도 전자결재로 임명을 강행했기 때문에 조만간 야 3당이 논의해서 해임건의안을 내는 문제 등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의 협조가 전혀 필요 없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이 일관되게 국정운영 방식의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일방적인 독주와 오만으로 인한 결정을 야당이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해임을 전자결재로 했다면 국민은 환영했을 것이나, 국회에서 부적격판정을 받은 장관에 대해 전자결재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예상을 했다"면서 "원래 박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는 분 아닌가. 한마디로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다수당인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거나 '부적격'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면 방법이 없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경우 결정적인 흠결이 드러났지만 임명을 강행했다. 야3당 원내대표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판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 등 인사 청문제도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합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인사청문 제도 이렇게 할거면 안하는 게 나은것 아닌가?
인사청문회 제도는 탄생부터 정략적이었다. 새누리당이 야당시절 여소야대국면을 이용해 밀어붙인 제도다.
가장 먼저 인사청문회를 받은 김대중 정부당시 이한동 국무총리의 경우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여소야대 국면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후임으로 내정된 장상, 장대환 후보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시절 인사청문회를 국무위원으로 확대시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들어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함량미달의 후보를 내세우고 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이 채택돼도 그냥 임명한다.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국정의 발목을 잡기위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도록 밀어붙이고 자신들이 여당이 된 뒤에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 시키려 한다면 차라리 인사청문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함량미달로 판단이 되거나 후보자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새로운 후보를 내세웠다. 특히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의 경우 지금 기준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7개월 7억원의 수임료를 문제삼아 여당인 한나라당이 청문회에 조차 세우지도 않았다.
▶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 공직후보자들을 추천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거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역지사지하면 오늘(4일) 장관 3명에 대해 임명을 강행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민의를 존중하여 장관 한두 명에 대해 임명철회할 경우 그들보다 훨씬 많은 의혹이 제기된 우 수석이 내일도 정상근무하는 희한한 상황을 설명하기가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문제가 많은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나 김재수, 조윤선 장관후보자를 내세운 이유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물타기 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데 필요한 명시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33조에는 공무원의 결격사유 8가지가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이 기준은 정무직 공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준이 없다보니 청문회를 할 때마다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면서 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대로 고위공직자는 성직자를 뽑는 건 아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1조 (목적)에 "이 법은 국회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절차만 규정하고 있지 기준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