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에서 서호까지…보답없는 朴정부 중국 구애

실패한 사드외교, 중국에 보인 성의에도 돌아온 것은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텐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지난해 9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기념대회(전승절)에 참석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미국과 국내 일부 보수층의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기념대회와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중국에 성의를 보였다.

핵 능력 고도화와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당부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됐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 평화통일 촉진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역할을 기대하는 측면"을 전승절에 참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참석 하루 전날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예정시간을 넘겨가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특별오찬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공식 정상회담 뿐 아니라 특별오찬회담까지 가진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이 각별한 배려를 통해 두 나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재확인됐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에는 중국 권력 서열 2인자인 리커창 총리와 만난 뒤 저녁에는 시 주석 내외가 주최하는 조어대 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전례 없는 환대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 뒤, 박근혜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최대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를 둘러싼 이견만 획인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5일 시 주석과 서호 국빈관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5일 오전(현지시간)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돼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시 주석에게 말했다.


또 "우리 국민의 북한 위협에 대한 우려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사드가 북한 도발에 맞서는 자위적, 방어적 조치라는 점을 설득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면전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정상회담 직후 "이 문제(사드 배치)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분쟁을 격화할 수 있다"고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1년 전과 같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러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후속 회담이나 2인자와의 연쇄 회동은 물론 없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당부했으나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에 의한 해결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사실 사드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이견은 진작부터 불거졌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7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며 사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내외의 일부 반대와 의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승절에 참석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사드 배치를 결정해 함으로써 널뛰기 외교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