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흙수저라 무시당해"…청문회 맹비난 '파문'

'부적격' 의견에도 임명된 뒤 "온갖 모함·음해" 청문회 비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지는 이미 오래다.

인사청문회 결과가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 여부를 사실상 구속할 수 없는 탓이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과 달리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명은 국회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가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하거나 심지어 보고서 채택이 무산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5일 공식 취임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비록 야당 단독이긴 하지만, 부적격 의견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나 이번 김재수 장관의 경우 논란은 실효성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 부적격 의견에도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받는 데 성공한 국무위원이 자신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한 국회를, 특히 야당을 맹비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재수 장관은 지난 4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자신의 임명을 결정하자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김 장관은 소위 '황제전세'와 '초저금리 대출 특혜' 등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의심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한 국회 추궁을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장관은 "시골 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게 분명하다"며 '야당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언론 등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다짐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이 알려지자 야당은 발끈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대변인은 "자신이 피해자인 양하는 김 장관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제2의 우병우를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김 장관은 업무 시작에 앞서 정신감정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5일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은 3당 공동으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해임건의안 역시 '건의안'일 뿐 박 대통령이 이를 물리치면 그만이다.

야당은 이미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황제 전세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설사 김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장관이 해임건의안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자신이 흙수저여서 무시당했다"는 얘기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김 장관 임명 강행과 이후 김 장관 발언은 인사청문회도, 해임건의안도 아무런 실효성이 없음을 분명하게 입증한 셈이다.

한편 야 3당은 5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판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 등 인사 청문제도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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