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5일 CBS와 한반도평화연구원(KPI) 공동주최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 정부와 차기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 과제'라는 주제의 특별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한국의 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이상적이지만 실현불가능한 목표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명백히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이제는 '핵을 가진 북한' 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우리의 안보 및 대북 전략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2012년 핵 보유국임을 재확인하는 등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며 "북한의 역량과 의도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현실성 있는 처방을 제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동안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방안은 우리 사회의 일부 보수적인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주로 안보중심적 관점에서 주장해 왔다"면서 "그러나 안보중심적 관점에서만 한국의 핵무장 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발전은 계속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는 '최후의 전쟁 수단'이라는 성격이 강하지만 핵무기를 가진 측과 가지지 않은 측 간에는 심각한 군사적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남북한 군사력 불균형이 해소돼 한반도 정세가 현재보다 더욱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킬체인'이나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방어적 측면의 효율성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발상 자체가 무모하고 한계가 있다" 면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호전적인 안보중심적인 입장이 아니라 안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를 안보적인 관점뿐 아니라 외교적, 경제적, 남북관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남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남북한 간에 군사력 균형이 이루어져 경제협력과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도 안정적인 조건에서 진행될 수 있으며 남북한이 모두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통일, 낮은 수준의 경제통합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북핵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북한과 군사력 균형을 이루고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이나 일본 등 우방을 위협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북핵 위협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급속도로 발전해 3~4년 이내에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모두를 가질 것"이라며 "한국이 언제까지 비핵화를 추구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한국이 핵을 가지게 되면 북한 핵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군사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북한과 협력하고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이 영향력을 재확대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핵무장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다만, "한국의 핵무장이 한반도에 자동적으로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고 핵무장을 통해 어떠한 목표를 추구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차기 정부는 어디까지나 남북한 군사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고, 남북당국회담을 정례화하고 상설협력, 합의이행기구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상시이산가족상봉 제도화와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중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연결 등의 협력사업 추진으로 남북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