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5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WBC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참 지금부터 걱정이 많다. 대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나머지 기간 준비 잘 해서 조금씩 걱정을 덜어가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WBC는 이번이 4회째로 김 감독은 2006년 초대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 사령탑을 역임했다. 첫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뤄낸 김 감독은 2회 때는 박찬호(은퇴), 이승엽(삼성) 등이 빠졌음에도 준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 "나라가 없으면 야구도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국민 감독'으로 칭송받았다.
그런 김 감독이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야구에서 절대적인 투수력, 특히 우완 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도 걱정 많이 했는데 올해도 KBO에서 우완이 숫자 상으로 모자라고 뛰어나다 하는 투수가 없는 게 걱정"이라고 근심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끝판왕'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합류가 더욱 절실하다. 당초 김 감독은 사령탑 선임 전 기술위원장으로서 견해를 전제로 오승환이 WBC에서 뛰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날 김 감독은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과 관련해 "솔직히 감독이 된 다음부터는 오승환은 더욱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승환이 (도박 스캔들과 관련해) 문제가 좀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면하면서도 "사실 본인이 국가에 봉사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뽑아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의 견해는 오승환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서 견마지로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 뒤 취재진과 만나 "해외에서도 잘못을 저지르면 결국에는 고국에 와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는데 오승환도 나라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속죄의 심정으로 국위 선양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을 받고 뛰는 KBO 리그와 대표팀 경기는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 WBC는 오승환에게는 특별히 득이 될 게 없는 대회다. 엄밀히 따져 병역 혜택이 걸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1회 WBC 대회에서는 4강 진출로 혜택을 받았지만 이후 형평성 논란으로 사라졌다.
KBO 리그 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요건에서 혜택을 받지만 오승환은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인 만큼 쇼케이스 등의 필요성도 떨어진다. 오승환의 WBC 출전은 이득이나 혜택을 바라는 것이 아닌 국가에 대한 헌신의 성격이 짙다.
올해 풀타임 빅리그를 소화한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도 있다. 내년 시즌을 또 생각해야 하는 까닭에 대표팀 합류를 고사할 수도 있다. 그동안 오승환은 국제대회 단골 손님이었다. 2006년 1회부터 2013년 3회 WBC 모두 출전했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도 나섰다.
김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오승환 본인의 의사"라면서 "본인이 대표팀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이고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에이전트를 통해 살짝 의중을 물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박 스캔들과 징계 논란 속에 정면승부를 택한 김인식 감독. 과연 오승환이 WBC 대표팀에 승선해 이 대회 개근을 이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